현수 수원정보과학고 교장
우리 학교에는 돋보이는 사례가 있다. 4명의 자녀가 있는 가정인데 2명은 본교 졸업 후 취업을 했고, 1명은 재학 중이며, 초등학교 6학년 진학을 앞둔 1명은 산업디자인과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취월장(일찍 취업해서 월급 받아 장가가자)’ ‘고졸만세(고등학교 졸업해도 만족한 세상 만들기)’ 등을 외치며 정부와 기업, 학교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다. 그러나 산업 안전사고에 대한 사회적 우려로 도입된 ‘학습형 현장실습’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과 학습을 강제로 분리하는 바람에 현장 경험을 통해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됐다. 산업 안전사고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2017년)인 현실에서 보듯 비단 현장실습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현장 자체가 바뀌도록 범국가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정부는 공동체의 노력을 강화하기보다 조기 취업 일몰, 현장실습 기간 축소 등 현장실습 축소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직업계고 학생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직업계고에 소신 지원하려던 중학생들 대부분은 일반고로 진로를 변경하고 있고, 취업을 못 한 직업계고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학에 진학하는 등 중등 직업교육 전반에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늦은 감이 있으나 정부는 지난달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직업계고 취업률 60%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신산업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한 학과 개편 및 직업계고 체질 개선, 지역사회 및 지역산업과 상생 협력하는 직업계고 생태계 구축 및 취업 지원 강화 등의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정책이 취지에 맞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각 부처의 책임감 있는 협업과 지속적인 성과지표 확인 및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또 축소되고 있는 시도교육청 중등 직업교육 조직의 확대와 학교 및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 개발,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고졸 취업 지원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현수 수원정보과학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