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왼쪽)과 ‘극한직업’ 포스터 © 뉴스1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의 이변의 ‘대박 흥행세’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극한직업’은 개봉 15일째인 지난 6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새해 첫 1000만 영화 기록을 세웠다. 개봉 3주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여전히 수성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 13일 한국 영화 역대 흥행 4위를 기록한 ‘베테랑’(1341만 4009명)도 제쳤다. 이제 ‘극한직업’의 앞에는 ‘명량’(1761만 3682명)과 ‘신과함께-죄와 벌’(1441만 754명) ‘국제시장’(1425만 7115명) 단 세 편만 존재한다.
‘극한직업’의 선전은 예상했던 결과이지만, 이같은 대박 흥행세를 예측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설 대목은 극장가에서 대표적인 성수기로 분류되지만 ‘극한직업’이 압도적인 흥행세로 독주할 것이라는 분석은 없었다. 기존 1000만 영화의 흥행 공식을 빗겨나간 정통 코미디였다는 점에서 1000만 영화라는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하긴 어려웠다. 당초 영화 관계자들도 ‘극한직업’의 관객수를 최소 500~600만으로 예상했고 모니터링 시사회 이후 호평을 받으면서 그 이상의 스코어를 조심스레 예상하기도 했다.
이는 점차 영화 시장의 흐름을 더욱 읽기 어려워졌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지난해 추석 그리고 연말 성수기 극장가에서 기대작으로 꼽히던 영화들은 대거 흥행 참패를 맛봤다. 추석 극장가에서는 ‘안시성’과 ‘명당’ ‘협상’ ‘물괴’ 등이 흥행을 겨뤘고, 연말 극장가에서는 ‘PMC: 더 벙커’와 ‘마약왕’ ‘스윙키즈’가 맞붙었다. 하지만 ‘안시성’을 제외하고 모두 흥행은 커녕 손익분기점을 넘는 데도 실패했다. 경쟁작이 대목에 대거 쏠리면서 관객은 분산됐고, 관객들의 만족도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극장가 분위기는 침체됐다.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흐름을 읽는 데 실패, 대목을 노린 흥행 전략은 모두 적중하지 못했다.
이에 일부 관계자들은 두 영화의 흥행에 대해 “유사 데이터가 없었다”며 “근 영화시장의 이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는 영화 뿐만 아니라 영상 콘텐츠에 대한 기본 수요가 전반적으로 충족된 이후엔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읽어야 하는 시점이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영화는 ‘신과 함께’ 시리즈의 쌍천만 흥행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정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와 같은, 완성도 높은 CG영화에 대한 갈증도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영화 시장은 질적인 성장을 또 한 번 이뤄내야 하는 현실과 직면했다.
단순히 100억원 대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물량공세를 펼친 상업영화라고 해서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닌, 반복돼온 1000만 영화의 흥행 공식을 넘어서는 예상 밖 콘텐츠가 주목받는 시대가 왔다. 대목을 노린 고예산의 대형 프로젝트, 멀티 캐스팅, 권선징악 구도, ‘명량’ ‘국제시장’ ‘택시운전사’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양산하는 역사·정치적 소재 등 관객들도 손쉽게 재단했던 안이하고 상투적인 1000만 흥행 공식은 이제 낡은 것이 돼버렸다.
‘극한직업’과 쌍끌이 흥행 구도를 점쳤던 ‘뺑반’의 참패는 영화시장의 변화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뻔한 기성품을 만들어놓고 공격적인 홍보 마케팅을 통해 입소문을 낸 후 예매율을 끌어올리고 스크린을 대거 확보해 단시간에 많은 관객을 동원하려는 전략은 실패로 끝났다. 관객들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 콘텐츠는 외면을 받았고, 출발선에서부터 스크린을 대거 확보하며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했지만 흥행세는 더뎠다. ‘뺑반’은 지난 1월 30일 개봉 당시 1285개 스크린을 확보한 바 있다. 데이터에만 의존할 수 만은 없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흐름을 읽어야만 하는 한국영화 시장은 변화를 어떻게 넘어설까. ‘극한직업’ 이후의 한국영화 시장의 변화가 주목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