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기존입장 되풀이 표현” vs 부산시 “대통령 선물” 한국당 “원론적 입장 불과”…오거돈 “시민 뜻 외면 안돼”
13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토론회에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오거돈 부산시장(오른쪽)이 입장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2019.2.13/뉴스1 ©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을 두고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모양새다.
앞서 신공항을 두고 치열할 갈등을 보였던 부산과 대구·경북은 문 대통령 발언을 다르게 해석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또 한국당은 ‘원론적 입장에 그쳤다’며 발언을 평가절하했고, 오거돈 시장은 “시민의 염원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당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4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미 김해공항 확장과 대구공항통합 이전으로 결정돼 추진되고 있어 재론할 사안이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대통령의 부산 발언은 정부의 기존 입장을 부드럽게 되풀이 표현한 것으로 이해한다.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며 “대구·경북은 우리의 길을 가면 된다”고 했다
김해신공항을 반대하고 있는 부산지역 여론을 감안한 발언이며, 기존 사업을 정상 추진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한 것이다.
대구지역 정·관가에서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PK(부산·경남)의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가덕신공항’을 공약했던 오거돈 부산시장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남권신공항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화답이 있었다”고 환영했다. 이날 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큰 선물을 주셨다”고 ‘선물’로 표현하기도 했다.
앞선 김해신공항 결정 당시 부산·경남·울산·대구·경북 5개 시도는 치열한 갈등을 빚었다. 가덕신공항을 주장한 부산과 밀양신공항을 주장한 경남·울산·대구·경북은 감정싸움에 가까운 설전을 이어갔다.
현재는 부산·경남·울산이 공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김해신공항 반대를 명확히 하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은 부·울·경의 목소리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 발언으로 새로운 신공항에 대한 해석이 이어지자 부·울·경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합의’ 발언에도 바로 다음날 각 지역이 다른 입장을 전하면서 사실상 지역간 신경전이 시작된 모습이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간의 설전도 이어졌다. 김해신공항 반대 목소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재호·김정호 의원 등이 적극 나섰다. 최근에는 민주당 부산시당이 김해신공항 반대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하고, 지난 설 귀성객 인사를 김해공항에서 진행한 바 있다.
한국당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은 “김해신공항은 5개 지자체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합의가 깨질 경우 부산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다수의 부산지역 한국당 의원들 역시 김 의원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한국당은 14일 논평에서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된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부산시와 민주당에서는 뭔가 큰 약속을 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영남권 5개 시도가 뜻을 모으면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언급에 불과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당 논평에 대해 “부울경 800만뿐만 아니라 350만 부산시민 모두의 염원인 신공항 문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단히 아쉽다”고 반박했다.
또 “과거 여야를 불문하고 가덕신공항 염원을 같이 얘기하지 않았나. 드디어 우리의 염원을 성취할 길이 보이는데,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시민 모두가 섭섭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전체적으로 차분히 진행된 가운데 오 시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열변’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한국당을 비판했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