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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류승룡표 유머·가성비 갑 영화로 흥행 대박

입력 | 2019-02-15 06:57:00

1000만 흥행을 이룬 류승룡의 얼굴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선 왕을 키우는 킹메이커였다가 ‘7번방의 선물’에선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착한 아빠, ‘명량’에선 왜군 적장이 됐던 그가 ‘극한직업’에선 치킨 튀기는 마약반 형사로 관객에 웃음을 선사했다(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NEW


■ 1000만 관객 흥행작 4편으로 본 ‘배우 류승룡의 힘’

1000만 히트작 중 대작은 ‘명량’ 유일
코미디만 만나면 대박치는 히트 공식
‘극한직업’ 감독 “고 반장은 오직 류승룡”
다양한 캐릭터·장르 쉼 없는 도전 한몫


주연영화로 흥행을 일군 배우들은 많지만, 류승룡은 좀 특별한 위치에 있다. 극장가 빅 시즌을 공략하면서 흥행을 기대하게 하는 블록버스터의 주연보다는 대부분 비교적 작은 규모의 영화들을 1000만 흥행작에 올려놓았다. 예상을 뒤엎는 드라마틱한 기록을 세워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들 영화를 통해 류승룡은 대부분 서민의 얼굴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왕보다 매력적인 ‘킹메이커’로 시선을 붙잡고, 역사에 기록된 실존인물을 실감나게 그리기도 했다.

● ‘유머’와 ‘인간미’의 캐릭터

류승룡이 1000만 관객 성공을 처음 맛본 영화는 2012년 9월 내놓은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 명)이다. 왕의 얼굴을 닮은 광대를 권좌에 앉힌 뒤 그를 진짜 왕으로 키우는 킹메이커로 활약한 류승룡은 유머와 카리스마를 넘나드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어 이듬해 1월 코미디영화 ‘7번방의 선물’(1281만 명)로 다시 10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두 작품은 역대 한국영화 흥행 9위와 7위에 각각 올라 있다.

1000만 관객의 선택을 받은 영화 속에서 류승룡은 대부분 유머감각을 겸비한 인간미 짙은 캐릭터를 맡아왔다. 13일 기준 1341만 관객을 기록한 ‘극한직업’에서도 비슷한 매력을 이어갔다.

특히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입소문을 확산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는 대사도 주역인 류승룡이었기에 그 맛을 절묘하게 살려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극한직업’의 연출자 이병헌 감독은 “처음부터 주인공 고 반장 역할에 무조건 류승룡을 캐스팅하려 했다”며 “감독으로서 그에게 특별히 설명할 것도, 지시할 것도 없이 다 맡겼다. 기대 이상의 완성도가 나왔다”고 밝혔다.

배우들이 이구동성으로 ‘연기하기 가장 어려운 장르’로 꼽는 코미디가 유독 류승룡과 만나면 소위 ‘대박’을 터뜨리는 사실도 눈길을 붙잡는다. 1000만 관객을 모은 두 편의 코미디 영화의 주연이 류승룡이란 사실은 그에게 왜 ‘희극지왕’이란 수식어가 붙었는지 말해준다.

● 블록버스터보다 ‘가성비 갑’ 영화로


류승룡이 주연해 1000만 관객 흥행을 이룬 4편 가운데 블록버스터 영화는 2014년 7월 개봉한 ‘명량’(1761만 명)이 유일하다. 나머지 3편은 대작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여름이나 겨울 시즌이 아닌 추석과 설 등 명절 연휴 공개한 작품들이다.

덕분에 류승룡의 성과는 ‘가성비의 성공’으로도 통한다.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늘어나면서 최근 상업영화의 편당 제작비가 100억 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흔하지만, ‘극한직업’은 순제작비 65억 원, 광고 비용 등을 합친 총 제작비는 100억 원 내외에 불과하다. 앞서 ‘7번방의 선물’도 마찬가지. 총 제작비 60억 원을 투입해 총 914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극한직업’을 계기로 류승룡의 진가가 다시금 주목받지만 그렇다고 늘 승승장구해온 건 아니다. ‘명량’의 성공 이후 택한 ‘손님’ ‘도리화가’ ‘7년의 밤’ ‘염력’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3년여 동안 부침을 겪기도 했다. 비록 관객의 외면을 받았지만 이들 영화를 통해 류승룡은 끊임없이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에 도전해왔다. 그렇게 안주하지 않은 덕분에 또 한 번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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