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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조직 축소 요구했던 檢 “공룡경찰 방치” 반발

입력 | 2019-02-15 03:00:00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
수사권조정 조건 ‘80% 전환’ 주장, 당정청案은 국가경찰 36% 이양
“수사권조정 눈앞” “처우 나빠질라”… 경찰 내부선 기대-우려 엇갈려




“‘공룡 경찰’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도록 방치하겠다는 뜻이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당정청 협의회에서 논의된 자치경찰제 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은 무엇보다 이날 논의된 자치경찰제가 현행 국가경찰의 조직과 인력 구성을 그대로 둔 것을 문제삼았다. 당정청 안에 따르면 자치경찰은 지구대, 파출소를 넘겨받지만 경찰서와 그 산하의 지역 순찰대는 국가경찰에 그대로 속하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경찰서 단위를 자치경찰에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수사권을 양보하는 대신에 그 전제조건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통한 국가경찰의 비대한 조직을 개혁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영국(98%) 미국(90%) 독일(83%) 등 선진국 수준인 국가경찰의 인력 80% 이상을 자치경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제언’ 리포트는 검찰 제안과 비슷하다. 하지만 당정청 안은 2020년까지 국가경찰의 36%인 4만3000여 명을 자치경찰로 바꾸게 된다.

경찰은 이번 협의회를 계기로 자치경찰제가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다만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하는 자치경찰제는 △분권 △안전 △정치적 중립성 △시도지사의 투명성 △재정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5차 방정식’이라 12만 경찰 사이에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자치경찰제가 입법 단계에 들어서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환영과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신분이 바뀌어 처우가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경찰 수뇌부는 ‘살을 내주더라도 뼈를 취하자’는 전략이다. 자치경찰제가 경찰의 오랜 숙원인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 조건인 만큼 시도별 민생치안 활동 지휘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더라도 수사권 조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는 것이다.

올해 자치경찰제가 시범 실시되는 서울의 한 지구대 경위는 “직원들 사이에선 능력이 된다면 미리 광역수사와 정보보안 등 국가경찰 분야로 적을 옮겨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