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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日-태국서 몰래 ‘물뽕’ 들여와 클럽 단골에 판매”

입력 | 2019-02-15 03:00:00

클럽 영업이사들이 밝힌 마약 유통




직원과 손님 간 폭행 시비, 마약 투약 및 유사 성행위 의혹 등으로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유명 클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마약이 거래돼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남의 유명 클럽 여러 곳에서 영업이사(MD)로 일해 온 A 씨와 B 씨는 13일 본보 기자와 만나 “영업이사들이 손님을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속칭 ‘물뽕’을 판매하는 건 오래전부터 있어 온 일”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지금도 강남의 한 클럽 영업이사로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일명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류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은 태국, 일본 등 의 현지 마약 판매상과 연결된 국내 브로커들이 국내로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영업이사들이 구해 클럽 안에서 유통시키는 것이다. 국내 타투숍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태국, 일본 등의 판매상과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뽕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는 일명 ‘알박기’와 ‘금배달’ 수법을 쓴다고 한다. 알박기는 화물선에 실린 컨테이너에 마약을 숨겨오는 방식이고, 금배달은 금을 밀반입하는 여행용 트렁크에 물뽕을 함께 넣어 보내는 것이다. B 씨는 “국내 브로커는 마약을 들여오기 위해 세관 등에 뇌물을 주는 일명 ‘관작업’을 한다”며 “이들은 국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위챗’ 등 중국 메신저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국내로 들어온 물뽕은 브로커가 영업이사 등에게 판매하면서 클럽에 유통된다. 영업이사들이 브로커한테서 사들이는 물뽕 가격은 g당 4만∼7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영업이사들은 이렇게 구한 물뽕을 클럽 단골손님에게 g당 20만∼40만 원 정도에 판다고 한다. A 씨는 “물뽕 값은 (수요 공급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기도 한다. 구하기 쉬울 땐 싸고 어려울 땐 비싸다”며 “지금은 버닝썬 사태로 공급이 확 줄어 값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영업이사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물뽕에 손을 대는 이유는 자신들의 수입 구조와 관련이 있다. 영업이사들은 클럽에 소속돼 있기는 하지만 월급제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올린 매출의 20%가량을 수입으로 챙긴다. 강남 일대 클럽에서 ‘VVIP’로 통하는 C 씨는 “왕빠따(VVIP의 은어)들 사이에선 어떤 MD가 물뽕을 대주고 있는지 소문이 난다. 물뽕을 원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MD의 손님이 된다”고 말했다. B 씨도 “영업이사들은 자주 오는 단골손님이 생기면 은밀하게 권하는 방식으로 물뽕 거래를 한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4일 버닝썬 클럽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또 이 클럽과 유착 의혹이 불거진 역삼지구대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버닝썬은 역삼지구대 관할 내에 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