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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토머스 허버드]北-美, 실무협상 더 치열해야

입력 | 2019-02-15 03:00:00

톱다운 방식 싱가포르 회담… 北도발 중단 효과에도 불구
구체적 실천 이끌지 못해… 전문가들 대체로 “실망스럽다”
2차회담 구체적 성과 얻으려면, 비건-김혁철 사이 실무회담
추가로 진행해야 성과 있을것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이 차려진다. 지난달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워싱턴에 온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간 면담 이후 백악관은 2월 말 회담을 발표했고 이제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

회담 테이블이 세팅됐지만 무엇이 메뉴로 올라올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해 6월 12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만남에서는 두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지향한다는, 상징적으로는 중요하지만 동시에 모호한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전통적인 외교에서 보통 이렇게 폭이 넓은 선언 이후에는 이행 방식을 정하기 위한 고위급 및 실무진 간의 집중적인 후속협상이 이뤄진다.

그러나 싱가포르 합의는 이런 전통적인 외교가 아니었다.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시작돼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 위원장 등 3명의 리더가 주도해 이뤄진 과정이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 지도자는 친서와 공개 발언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실무협상을 맡은 참모진이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마주 앉아 쟁점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거부했다. 그는 아마도 신중한 외교관들과 협상하는 것보다 외교정책의 성공이라는 기록을 열망하는 정치인과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더 낫다고 계산했을지 모른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해 8월 임명되고도 올해 1월 18일 백악관 미팅에서 새로운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면담할 때까지 북측 카운터파트를 만날 수조차 없었다.

비건 대표는 드디어 평양에서 자신의 카운터파트와 만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진지한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이런 새로운 대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 가지 좋은 뉴스는 북한이 1년 넘게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쁜 뉴스는 북한은 이런 핵과 미사일의 위협을 줄일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좋다고는 하지만 싱가포르 회담은 그 이후 해야 할 조치에 대해 커다란 해석 차이를 남겼다.

미국은 무엇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게 주요한 목적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무기와 운송수단의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검증된 폐기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할 때까지 대북제재와 다른 압박들을 유지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와 북한은 비핵화의 정의를 다르게 내리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의 원칙을 받아들였을 때 그들은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이야기하며 미국이 한국과 주변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핵 능력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것을 일본, 한국과의 전략적 동맹 종식 및 주한미군 철수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양보 대가로 제재 완화 같은 ‘상응조치’를 제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많은 미국인 전문가는 싱가포르 회담의 결과에 실망했다. 대통령이 북한이 약속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회담은 쟁점이 되는 주요 이슈에 대한 지도자들의 열망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행하기 위한 과정을 밟아가도록 하는 데 실패했다. 북-미 양측 지도자들이 정말로 이달 말에 만나서 결과물을 내려면 비건 대표와 김혁철이 추가 실무협상을 통해 지난번 회담 때보다 더 많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