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ㅣWADA 홈페이지 캡처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북한을 국제 도핑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비준수 단체’로 지정했다고 14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WADA는 지난해 9월 북한이 향후 4개월 내에 도핑테스트 프로그램 등에 대한 규정위반 사항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비준수 단체’로 분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기한이 지났음에도 북한이 위반 사항을 바꾸지 않자 WADA는 1월 21일 북한 측에 ‘비준수 단체’로 분류했음을 통보했다. 북한은 통보를 받은 뒤 3주가 흐른 지금까지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결국 WADA는 북한반도핑위원회의 회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북한이 자체 시행해온 도핑테스트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를 알린 WADA는 이러한 사실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알렸다. 서울-평양이 유력한 남북 공동개최가 추진 중인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에도 당연히 큰 걸림돌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과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등 대한민국 체육계 수장들은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부분과 2020도쿄올림픽에서의 남북단일팀 구성논의를 위해 현재 IOC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로잔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15일(한국시간)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북한 체육계 인사들과 3자 회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도핑 문제가 거론될 수 밖에 없다. WADA도 “IOC와 남북이 만나는 자리에서 북한의 도핑위반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의 도핑 비준수 단체 지정에 대해 “앞으로 규약만 잘 지키면 문제될 것 없다”며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나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지금껏 북한이 규정을 몰라 지키지 않은 것은 아니다.
IOC는 도핑 위반을 굉장히 엄격하게 관리한다. 강력한 스포츠 강국 러시아조차 도핑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북한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에도 제한이 걸린 터라 당장 내년 열릴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이미 허술한 도핑 관리로 인해 큰 위기를 맞은 기억이 있는 바흐 위원장이 북한에만 예외를 줄 수 없는 노릇이다. 평화와 화해 무드와는 전혀 별개의 얘기다. 북한에 무리한 특혜를 주면 국제 사회의 거센 반발을 살 가능성역시 있어 IOC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