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동아일보 DB
수행비서 성폭행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4)의 부인인 민주원 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은 미투가 아닌 불륜 사건"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민 씨는 김지은 씨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불륜을 따져라"고 말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 부소장은 15일 입장문을 통해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6일 고소장 접수 이래로 수차례 수사 및 재판기관 진술, 수백개에 달하는 자료 제출, 10명 이상의 증인 신문에 대해서 법률가 30명 이상이 자료를 파며 1, 2심 재판이 진행된 사건이다. 피해자 측은 비공개 진행을 수차례 신청해왔고 1심에서는 다수 공개, 2심에서는 전체 비공개로 재판이 진행됐다. 지난 1년간 형사소송원칙에 따라 진행됐던 소송과정을 글 하나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씀이냐. SNS에 글을 올리고, 언론이 이것을 퍼 나르는 상황을 계속 진행하시겠다는 뜻인가. 피해자에 대한 여론 재판을 시작하겠다는 말씀인가? 확인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 씨는 1심에서 피고인 측 요청에 따라 증인 신청됐다. 피고인의 부인이라서 선처 호소 등의 성격이 있다면 증인 선서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민 씨의 경우 다른 피고인 측 증인들처럼 그 상황에 대해 '객관적 증언'을 하겠다고 신청되었고, 증인 선서를 했다"라며 "그런데 실제로 심문 당시 피고인 배우자로서의 심경 호소를 많이 했고 추측성 발언, 본인의 느낌 발언을 많이 해서 제지를 몇 차례 받은 것으로 안다. 증인 선서를 한 증인이라면 그 상황에 대해 직접 경험한 일만 서술해야 한다. 결국 피고인의 배우자로서 심경 호소를 하는 내용이 주된 것이었다. 배우자를 증인 채택한 1심 재판부의 문제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비서의 업무에서 고위 정치인인 안 전 지사의 소위 여자문제의 보안을 유지하고 미리 막고 해야 하는 것이 업무로 주어져 있었고 인수인계 과정부터 확인됐다"라며 "1심과 2심에서 상대 여성으로부터 온 문자 수신 내역, 피고인 진술, 평소 관계 등이 확인됐다. 민 씨가 '불륜'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면 따져야 할 상대는 김 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김 부소장은 "민 씨는 안 전 지사와 부부관계이기 때문에 그를 두둔하기 위해서 글을 쓴 게 아니고 불륜을 저지른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고 안 전 지사의 불명예를 아이들과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끔찍해서 글을 썼다고 했다"면서 "안 전 지사는 지난해 3월 5일 '합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페이스북에 작성하고 사과했지만 이후 안 전 지사 측은 '불륜', '연인'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1심, 2심 어디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다. 피해자 재판으로 불린 1심 조차도 불륜 인정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불륜을 주장하는 곳은 안 전 지사의 지지자들에 의한 팬 그룹, SNS 게시글과 댓글 등에서가 가장 많다. 상고심을 앞둔 현재 시점에서 민 씨는 다시 불륜을 주장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민 씨는 본인의 힘들었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다. 그런데 핵심 내용은 '김지은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성폭력이 아니라 불륜이다' 라는 주장이다. 김 씨를지 탄하는데 동참해달라고 하고 있다. 본인이 힘든 것과 상대에 대해서 근거 없는 선동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멈추고 사과하시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민 씨는 1심에서 "2017년 8월 주한중국대사 부부와 저녁 만찬을 한 뒤 상화원 2층 객실에서 잠을 자는데 김 씨가 오전 4시경 침실로 들어와 우리 부부가 잠자는 모습을 내려다봤다"라고 증언했다. 1심은 민 씨의 증언을 받아들여 김 씨가 성폭행 피해자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부부의 침실에 들어간 사실이 없다"는 김 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김 씨는 재판에서 "숙소 2층 계단에 앉아 깜박 졸다 일어나 숙소를 찾아가려다 안 전 지사와 눈이 마주쳤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