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스토리/리처드 파워스 지음·김지원 옮김/704쪽·1만8000원·은행나무
저마다의 운명에 이끌려 숲을 찾은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감전 사고로 죽다 살아난 뒤 나무의 소리를 듣게 된 파티광 대학생, 비극적 운명의 나무 사진 100년 치를 물려받은 화가, 전투기가 격추당한 뒤 반얀나무 위에 떨어져 겨우 목숨을 구한 미 공군, 나무에서 떨어져 장애를 갖게 된 학생…. 이들은 숲의 속성을 배우며 인간의 파괴적 개발로 위기에 놓인 원시림의 참상을 목격한다.
저자는 인물들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숲이 불러들인’ 객체에 머물게 했다. 인물들이 끊임없이 관찰하고 느끼는 숲은 말 한마디 할 수 없어도 진짜 주인공이 된다. 나무껍질의 향, 나이테, 나무에서 싹이 움트는 모습에 대한 묘사는 평소 깨닫지 못한 숲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할 정도다.
작품은 러시아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를 떠올리게 한다. 시베리아 원시림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사랑과 인생을 다룬 영화에서 숲은 역시 벌목으로 스러져 가면서도 잠시 손님으로 머무는 인간에게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준다. 숲은 두 작품에서 모두 인간들이 스스로 비극을 마주하도록 더 따뜻하게 인간을 품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