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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00년 强小기업 양성하려면 경직된 ‘가업 상속’ 제도 개혁해야

입력 | 2019-02-16 00:00:00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기업의 가업 상속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제도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어제 ‘중소기업중앙회 CEO 혁신포럼’ 연설에서 “(가업 상속 후 업종과 지분 등을 10년간 유지해야 하는 요건은) 너무 길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 기한을 포함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연매출 3000억 원 미만의 기업에 대해 최대 500억 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가업 상속 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후 유지 조건 등이 까다로워 이용률이 높지 않다. 2017년의 경우 상속 공제를 적용받은 기업이 75곳으로, 연간 2만 건이 넘는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다. 홍 부총리 말대로 상속 후 10년간 지분을 유지해야 하고 10년 안에 주된 업종을 변경하면 가업에 종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해 상속세와 이자를 부과한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10년 동안 같은 업종과 지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한국은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최대주주에 대해서는 30%를 할증해 최대 65%가 된다. 최대주주에 대해서는 일반 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큰 폭의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외국과 정반대다. 정부는 그동안 가업 상속 조건 완화를 추진하다가도 번번이 반대론에 막혀 중단했다. 반대자들은 이미 각종 공제가 많아 상속 재산이 있는 사람 가운데 실제 3% 정도만 상속세를 내고 있으며,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이 많으면서 세금을 안 내기 위한 편법으로 가업 공제가 악용되므로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업 상속은 ‘부(富)의 대물림’으로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자손 대대로 강소(强小)기업을 경영하는 선진국들처럼 ‘100년 기업’이 많아지려면 경직된 가업 상속 제도를 손봐야 한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가업 승계를 계획 중인 기업은 58%로 전년보다 10%포인트가량 줄었다. 이들은 가업 승계의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상속세 등 조세 부담’(69.8%)을 꼽았다. 평생 일군 기업을 상속세 때문에 팔아버린다면 고유의 기업가정신과 경영 노하우까지 사라질 수 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차원에서 가업 상속 제도를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