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2차 정상회담 D-11]협상 테이블에 ‘제재완화-평화체제’
마주 앉은 한미 외교장관 14일(현지 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중동 안보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두 장관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양국 동맹 간 공조 방안을 논의하면서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외교부 제공
○ 제재 완화 용의 밝힌 美
폴란드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13, 14일(현지 시간) CBS, PBS,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과의 연이은 인터뷰에서 북핵 협상 구상을 쏟아냈다. 특히 “대북제재 완화를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게 우리의 전적인 목표(full intention)”라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협상 카드로 처음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최우선 과제로 요구하고 있는 제재 완화를 놓고 비핵화 담판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거듭 말해왔고 우리는 ‘신뢰하지만 검증하라(trust but verify)’고 했다. 그렇게 할 때까지 경제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완화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그 이상’의 조치는 물론 포괄적인 신고와 사찰 허용 등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검증이 선결돼야 가능함을 다시 각인시킨 셈이다.
그럼에도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 발언은 이전보다 유연해진 미국의 협상 태도를 반영한다. 정부 관계자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결국 유의미한 회담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화 여건을 마련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면 불가능한 건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당장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의 평양 실무협상에서도 이번 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평화체제 가능성 내비치며 ‘빅딜’ 압박
폼페이오 장관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논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노이 합의에서) 공식 종전선언(formal ending of the Korean War)의 비중은 얼마나 되나”라는 질문에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북한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폴란드 외교장관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어떻게 군사적 위험을 줄여야 한반도에 평화와 안보를 가져올 수 있는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15일 국회 초청 간담회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을 언제 어떻게 폐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미국에 요구할 상응조치로 대북제재 완화와 함께 불가침 협약 등 군사적 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며 “북한이 미국과 군사 동맹은 못 해도 군사적 협력 관계를 맺자고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