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기자의 베트남 현지 르포
호찌민 시내에 걸려 있는 공산당 선전물. 붉은 베트남 국기와 각 계층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구도를 이룬 그림은 북한 선전화를 연상케 한다.
북한 노동당이 가장 많이 쓰는 선전화와 구도가 판박이였다. 밑에 적힌 베트남어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북한이라면 저 밑에 “당의 기치 따라 사회주의 혁명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라는 구호가 적혀 있을 것이다. 선전화를 보는 순간 ‘베트남이 공산당 국가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떠올렸다. 강력한 붉은색을 바탕으로 그려진 선전화는 시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 전 주석이 선전화 속에서 인자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고, 선전화의 대다수가 계급적 화합과 충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밑에 적힌 베트남어만 아니라면 북한 선전화라고 해도 전혀 차이점이 없어 보였다.
#장면2. 베트남에서 규모가 제일 큰 ‘호찌민 전쟁기념관’에서 북한 황해남도 신천군에 있는 ‘신천박물관’을 떠올렸다. 기념관 입구에 전시된 미군 전투기와 탱크를 볼 때만 해도 승전국 전쟁 기념관이기에 북베트남군이 승리한 기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면3. 관광지 해변에서 택시 운전사는 노선이 표시된 구글맵을 꺼내 보여주는데도 태연히 방향과 반대로 차를 몰고 갔다. 영어로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척이다. “스톱”이라고 외치자 ‘그럼 차를 돌릴까’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머리를 끄덕이자 왔던 길로 돌아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갔다. 이 택시 운전사를 보면서 외국 기업들이 들어가는 족족 사기를 당해 결국 짐을 싸고 나오는 북한을 떠올렸다. 외국 기업에 대한 북한의 호의는 차에 오를 때까지다. 전 세계가 신뢰할 수 있는 사회주의라는, 중국과 베트남도 이루지 못한 일을 북한은 과연 이뤄낼 수 있을까.
호찌민=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