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지막 지방공항 ‘이바라키’ 부활
일본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80km 떨어진 이 공항은 중소형기 전용 공항이면서 일본에서는 ‘저비용 고효율’을 대표하는 지방 공항으로 손꼽힌다. 버스 터미널처럼 승객들이 대합실과 비행기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항공사들로서는 탑승교나 견인차를 사용하지 않아 착륙 후부터는 추가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공항이 작다 보니 착륙료도 다른 공항에 비해 100만 원 정도 저렴하고 협약에 따라서는 일정 기간 착륙료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노선 취항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이바라키 공항이 일부 해주는 셈이다.
2010년 3월 11일 개항한 이바라키 공항은 도쿄 하네다 공항과 나리타 공항으로 몰리는 항공기와 여행객 수요를 분산할 목적으로 약 280억 원을 들여 지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개항 초기 성적표는 참담했다. 연간 이용객을 80만 명으로 추정했지만 실제 이용객은 4분의 1 수준인 20만 명도 채 안 됐다. 일본 언론은 공공 예산의 전형적인 낭비 사례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이바라키 공항을 끝으로 “더 이상 일본에 공항은 없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실제로 이바라키 공항은 일본의 98번째 공항으로 마지막 공항이 됐다.
일본 이바라키 공항에서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활주로에 서 있는 이스타항공 여객기의 모습. 이바라키 공항은 항공기가 스스로 입국장 근처로 이동해 승객을 내려주고 곧바로 다른 승객들을 태워 이륙한다. 비행기 1대가 착륙해서 다시 이륙하기까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바라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바라키 공항은 교통편 확충에도 집중했다. 공항 이용객들에게 공항에서 도쿄역까지 단돈 500엔(약 5000원)에 이용 가능한 셔틀버스를 제공한 것이다. 지난해부턴 ‘1000엔 렌터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24시간(2인 기준) 동안 하루에 최소 1000엔(1만 원)으로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단, 이바라키현에서 1박을 했다는 숙소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 모리즈미 나오키 이바라키 공항 교통국장은 “이바라키에 어떻게든 관광객들이 오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오면 커피라도 한 잔 마시지 않겠는가. 일단 오게 한 뒤 여행 콘텐츠로 감동을 주겠다는 게 이바라키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성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2010년 20만 명에 불과하던 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약 76만 명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이용객도 2011년 3만3000명에서 지난해 13만 명으로 급증했다. 공항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도 거의 찼고, 중국 춘추항공과 대만 타이거에어, 한국 이스타항공이 정기편을 운항하고 있다. 개항 이후 총 243편의 전세편이 취항했고 2014년 회계연도부터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섰다.
오이가와 가즈히코 이바라키 현지사는 “공항을 살리려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현 직원과 전문가 80여 명으로 구성된 전략부서를 만들어 공항과 여행콘텐츠를 연계한 관광 아이디어를 계속 만들었다. 직원들이 몇 번이고 직접 외국 항공사에 찾아가 취항을 부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바라키현 인근에는 도치기현, 군마현이 있는데, 이들 현과 함께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공항을 지을 필요가 없이 하나의 공항을 서로 잘 이용해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5년 전보다 190% 정도 숙박 이용객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바라키=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