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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초등 방과후 영어’ 공수표… 그 교육부에 그 국회의 합작품

입력 | 2019-02-18 00:00:00


올해 신학기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무산됐다. 지난해 10월 유은혜 사회부총리가 취임과 더불어 현 정부가 폐지했던 저학년 대상 방과후 영어수업의 전격 허용을 밝혔으나 결국 공수표가 된 셈이다. 국회에서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이 표류하면서 새 학기에 맞춘 방과후 영어수업의 부활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개학 직전 1학기 방과후 수업에서 영어가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부는 국회 탓을 하지만 애초에 근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당국의 섣부른 행정이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영어는 초등 3학년부터 배울 수 있으나 2014년 정부는 ‘방과후 영어’ 수업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정부가 폭넓은 의견 수렴도 없이 저학년 대상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를 발표했고, 다시 1년 만에 이를 허용하겠다며 법안을 제출했으나 국회 파행에 의결이 무산된 것이다. 오락가락 정책으로 불신을 초래한 것은 물론이고 영어 사교육만 부추긴 꼴이 됐다.

놀이 중심으로 이뤄진 저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은 매일 1시간씩 주 5회 수업을 월 10만 원 정도면 받을 수 있어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2년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조사에서 학부모의 71.8%, 학교의 68.2%가 방과후 영어수업의 운영에 찬성한 것이 그 증거다. 그럼에도 정부는 교육 수요자를 배려하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여 혼란과 불안만 부추겼다.

정부가 교육정책을 실험 대상으로 여겨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를 만들면 사교육비 경감은커녕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이나 취약계층 자녀들만 영어 학습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명분으로 백년대계를 그르치고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정책을 펼쳐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