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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기 요금보다 왜 더 받나” 택시비 인상 곳곳 혼란

입력 | 2019-02-18 03:00:00

서울 기본료 등 올리고 미터기 교체 늦어 승객-기사 실랑이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이틀째인 17일 승객을 태운 택시기사가 조견표(요금 변환표)를 보면서 인상 요금을 확인하고 있다. 서울시 택시요금은 16일 오전 4시부터 올랐지만 대부분의 택시 미터기에는 인상 전 요금이 표시돼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17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중구 명동역 6번 출구 앞. 택시에서 내린 윤모 씨(27·여)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탈 때는 아무 말이 없더니 내릴 때가 돼서야 요금이 올랐다고 (택시 운전사가) 얘기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전날 오전 4시부터 서울시 택시 요금이 오른 사실을 모른 채 택시를 탔던 것. 택시운전사는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차량 안에 비치된 조견표(요금 변환표)를 보여주며 인상된 요금을 요구했다. 윤 씨는 “기사와 승강이를 하기 싫어서 아무 말 않고 요금을 냈지만 왠지 바가지를 쓴 기분”이라고 했다.

서울시의 택시 요금 인상 발표는 인상 요금이 적용되기 열흘 전인 이달 6일 공식 발표됐다. 하지만 17일 현재 인상 요금으로 표시되는 미터기로 교체한 택시는 전체의 0.1%에 불과하다. 윤 씨가 겪은 일은 택시 요금이 오를 때마다 벌어지는 풍경인데 서울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외국인 관광객 특히 혼란

16일 오전 4시부터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랐다. 5년여 만의 인상이다. 하지만 17일 현재 서울시 택시 7만2000여 대 가운데 미터기를 교체한 택시는 80여 대에 불과하다. 나머지 택시는 미터기를 바꾸지 못해 요금 변환표에 적힌 인상 요금에 따라 택시 운전사들이 승객에게 요금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윤 씨처럼 요금이 오른 것을 모르고 택시를 탄 승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6일 오후 이태원에서 서울역까지 택시를 이용한 오모 씨(32)도 “아무 말이 없다가 내릴 때가 돼서야 인상 요금을 내야 한다고 해서 2000원가량 더 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어를 모르는 비영어권 외국인 관광객들의 혼란은 더 컸다. 요금 변환표에는 한국어와 영어로만 설명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17일 오전 택시를 타고 인사동을 찾은 일본인 A 씨(61·여)는 “한국에는 ‘택시 바가지’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미터기에 표시된 것과 실제로 달라는 요금이 달라 당황했다. 한국은 IT(정보기술) 강국인데 왜 미터기에 바로 반영이 안 되는지 이해가 안 됐다”고 했다. 일본인 관광객 미치와키 마나미 씨(25·여)도 “기사가 표를 보여주긴 했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몰라 그냥 돈을 냈다” 말했다.

○ 서울시 “현재로선 어쩔 수 없어”

서울시는 “요금 인상 때마다 겪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요금 인상 시점에 맞춰 서울시내 택시 7만2000여 대의 미터기를 한꺼번에 교체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요금 인상 때마다 서울시내 60여 곳의 미터기 판매수리업자들이 거점 지역에 모여 미터기 교체 작업을 하는데 하루 이틀에 끝내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요금 인상 전 충분한 여유를 두고 미터기를 미리 바꿀 수도 없다. 미터기는 교체하면 그 즉시 인상 요금이 반영돼 표시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터기를 미리 업데이트해 놓으면 요금이 오르기도 전에 인상 금액이 적용돼 (승객 입장에서는) 더 큰 불만과 혼란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서울시는 2009년과 2013년 요금 인상 때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서울시는 18일부터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을 포함한 4곳에서 미터기 교체 작업을 벌여 늦어도 28일까지는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역이나 시간대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동 요금 적용이 가능한 미터기인 ‘앱미터기’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고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해 당장 도입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사지원·한우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