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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제자’ 위해 똑같이 머리 짧게 깎은 유치원 선생님

입력 | 2019-02-18 15:25:00


‘남자 아이처럼 짧은 단발머리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여자 아이를 본 교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미국 텍사스 주 2년 차 유치원 교사의 선택은 훈계나 회초리가 아니었다. 미국 MSNBC방송 투데이 쇼는 17일(현지시간) ‘왕따 제자’와 같은 헤어스타일로 바꾸고 교단에 선 텍사스 주 윌리스 메도어초등학교 유치원 교사인 새넌 그림 씨(31)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림 씨의 제자 프리실라 페레즈(5)는 소년처럼 머리를 짧게 깎아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페레즈를 본 새넌 씨는 제자를 위해 뭔가를 결심했다. 친구를 놀리는 아이들을 혼내는 대신 페레즈가 외롭지 않도록 같은 편이 되어 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림 씨는 겨울방학이 끝나자 긴 머리를 페레즈처럼 짧게 자르고 학교에 출근했다. 방학이 끝나고 등교한 아이들은 교단에 선 선생님의 낯선 모습에 깜짝 놀랐다.

“선생님 어때? 예뻐 보이지 않니?”

그림 씨는 아이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남학생이 여학생처럼 머리를 기를 수도 있고 여학생이 남학생처럼 머리를 짧게 깎을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익숙한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림 씨는 “내가 긴 머리와 ‘작별할 준비’가 돼 있을까 고민했지만 이것이 아이들에게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느꼈다”며 “진심으로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놀림감이 됐던 프리실라도 자신과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선생님을 보며 용기를 되찾았다. 그림 씨는 “아이가 매우 신나 보였고 자신감도 올라갔다”며 “프리실라가 ‘선생님처럼 어른이 되면 중요한 친구들이 생길 거고 선생님처럼 그 친구들에게 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림 씨는 내친 김에 프리실라와 같은 머리띠도 샀다. 머리띠는 스승과 제자를 하나로 묶어줬다. 그는 “이 머리띠가 힘, 가족, 도움을 주는 사람을 대변한다”며 “나는 그녀를 위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림 씨는 이번 일을 경험한 얘기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살다보면 여러분들을 나쁘게 대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건 무엇을 하고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