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 “산출 금액 너무 많다” 반발… 문화상품의 민관 첫 거래 난항 예상 군민-누리꾼도 다양한 의견 쏟아내
경남 거창군과 사단법인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가 ‘거창국제연극제 권한’의 거창군 이양을 위해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28일 담판 결과가 관심사다. 거창군 제공
경남 거창군(군수 구인모)이 거창국제연극제(KIFT)라는 ‘문화상품’을 사들이기로 했으나 매입 금액 차이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연극제 정상화가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본보 1월 31일자 A18면 참조
군과 30년간 연극제를 이끌어 온 사단법인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회장 이종일)는 최근 각각의 평가금액을 산정했다.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군은 10억 원대 초반, 진흥회는 20억 원대 중반의 금액을 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파급효과와 기여도, 문화적 가치 등을 종합 평가한 것이다. 양측 모두 변리사와 공인회계사로 평가팀을 만들어 한 달 가까이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양측은 ‘어떤 금액이 나오더라도 승복하고, 두 금액의 산술평균을 군이 진흥회에 지불한다’고 합의했다. 이 약속대로라면 군은 10억 원대 후반의 금액을 진흥회에 주고 연극제와 관련된 일체의 권한을 넘겨받는 절차에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군은 “금액이 터무니없이 많다”는 태도다. 무엇보다 금액 산정을 위한 기초자료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양측이 산출 기초로 삼은 2012년 연극제 관람객은 20만5000명. 이 관람객 수에다 관람객이 하루 사용한 금액 추정치를 곱하고 여기에 다시 경제적인 기여 정도를 감안해 금액을 산출했다는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그해 연극제가 진행된 17일 동안 매일 1만2000명씩 연극제 주무대인 위천면 수승대 수변공원에 왔다는 얘기다. 거창 일원 모든 공연장이 만석(滿席)이라도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군은 산출 기초에 큰 문제가 있으므로 군의회와 군민들을 설득할 수 없고, 반드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상표권 매입의 선례가 없고 거액의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만큼 담당 공무원 부담도 크다. 감사 등에서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조 거창군지부 홈페이지에는 문화상표권 매입에 대한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군민이 알지 못하는 야합이 있는 것 아닌가’ ‘방향 설정이 이상하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반면 ‘구인모 군수의 결단이며 매입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다’ ‘상표권 매입은 신의 한수다’ 등 긍정적인 지적도 있었다.
2015년까지 많은 관객이 몰리면서 ‘아시아의 아비뇽’으로 불리던 거창국제연극제는 군과 진흥회가 예산 집행의 투명성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2017년엔 동일한 시기에 다른 장소에서 양측이 각각 연극제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거창군(문화재단)이 연극제를 열지 않았고 진흥회도 예산 부족으로 반쪽 행사로 마무리했다. 구 군수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연극제 정상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