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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합의는 눈 가리고 아웅”…공익위원, 반대입장 표명

입력 | 2019-02-19 21:02:00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3→6개월 확대…건강권·임금보전 명시
김성희 공익위원 “주 단위 노동시간 설정에 공감대 형성 없었다” 주장



노사정(勞使政)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한 19일 오후 서울 경사노위에서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이 합의 결과를 발표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이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2019.2.19/뉴스1 © News1


 노사정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재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논의에 참여했던 공익위원이 반대 입장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합의문에 명시된 주 단위 도입요건 완화 등에 있어서 위원회 내에서 충분한 검토와 공감대 형성이 없었다고 주장해 이번 합의문 도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참여한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9일 합의문 발표 후 입장문을 통해 “공익위원으로서 개인 의견으로 합의문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이철수 노동시간개선위원회 위원장은 “노사정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늘리기로 했다”며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3개월 초과 시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하고 오남용을 막기 위해 임금보전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합의문을 조목 조목 반박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논의 과정의 흐름에서 돌출적 의제인 주 단위 도입요건 완화가 포함됐다”며 “예측 가능한 규칙적 변경이라는 탄력근로제의 기본원리로 보건대 위임된 논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항”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 교수는 “몇 가지 제한사항이 부연됐음에도 불구하고 주 단위로 노동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에 대한 검토와 공감대 형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는 크게 Δ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Δ탄력근로제 도입요건 완화 Δ건강권 보호 Δ오남용 방지를 위한 임금보전 방안 등 4가지 쟁점을 두고 노사간 이견으로 합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쟁점 중 하나인 도입요건 완화에서 일 단위로 정해지는 노동시간을 주 단위로 변경하는 부분이 문제로 지적됐다. 경영계 측은 주단위나 월단위로 근로스케줄을 협의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단위 재량권이 부여되면 1주 안에서 날짜별로 사전고지나 노사합의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 노동시간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로 인해 노동시간의 불규칙성이 커지고 1주 내 잔업수당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요건 완화는 탄력근로제의 기본원리인 사전 예측이 가능하고 규칙적인 변경에 적용되는 제도의 틀을 넘는다”며 “재난 대응에나 적용될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일상에 적용해준 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임금보전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임금보전방안에서 신고의무와 신고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 처분이 도입됐지만 구체적인 임금보전 촉진방안은 없어 선언적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건강권 확보 측면에서 1일 11시간 휴게시간이 도입됐으나 이는 극한적 활용을 제어하는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라며 “과로 기준인 12주 연속 60시간 이상 근무 제한보다 집중노동에 대한 제한은 더 강해야만 건강권을 지켜질 수 있어 결국 건강권의 측면도 선언적 문구가 주된 내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단위기간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과정에서 입증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교수는 한국노총 추천으로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참여해왔다. 당초 경사노위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김 교수를 반대했다.

김 교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조정실장 등을 거치며 노사 관계 전문가로 손꼽힌다. 노동시간과 실업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연구를 해왔다.

김 교수는 “(합의문)내용에 찬성할 수 없어 반대 의견을 남긴다”면서도 “경사노위의 주역은 여전히 노사정으로 당사자간의 합의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