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케이맥스 인수하는 바이오기업 에이티젠 박상우 대표
에이티젠은 관계사 엔케이맥스를 합병하기로 하고 18일 이를 공시했다. 에이티젠 박상우 대표는 합병을 통해 면역 세포치료제 분야의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가 직원들과 마케팅 회의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밀 면역검사용 의료기기인 ‘NK뷰키트’를 개발한 에이티젠이 관계사인 엔케이맥스를 흡수 합병한다고 18일 밝혔다. 5월 합병 주주총회를 거쳐 6월 중순까지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엔케이맥스는 NK세포(Natural Killer Cell·자연살해세포)를 순도 99%로 최대 190억 배까지 증식시키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
공시 이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경련회관 내 에이티젠·엔케이맥스 IR센터에서 박상우 에이티젠 대표(50)를 만났다. 합병을 결정한 이유부터 물었다. 박 대표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면역세포치료제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시장의 평가는 어떨까. 일단 긍정적이다. 현재 에이티젠의 시가총액은 3200억∼3300억 원, 엔케이맥스의 시가총액은 1200억∼1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단순 합산하면 합병 후 기업 가치는 450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전문가는 이 시너지에 주목하면서 “기업 가치가 5000억∼6000억 원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정도 규모의 면역세포 치료제 기업은 국내에는 차바이오텍(시가총액 1조1000억 원 내외)을 빼면 그다지 많지 않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합병 후 회사 이름이 에이티젠이 아니라 엔케이맥스다. 합병 회사의 사명을 버리고 피합병 회사의 사명을 택한 것. 박 대표는 “우회상장이라고 오해하지 말아 달라.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무엇보다 회사의 비전과 직결돼 있다고 했다. 진단키트와 건강기능식품만으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게 박 대표의 판단이다. 하지만 면역세포치료제를 비롯해 바이오 신약 개발에서 선두를 유지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한대로 커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회사명은 엔케이맥스가 더 적절하다는 것. 박 대표는 “NK세포는 암, 자가면역, 항노화, 치매 등 여러 질병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려면 해외에서 이름이 알려진 엔케이맥스를 사명으로 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엔케이맥스가 개발한 면역세포치료제 ‘슈퍼NK’는 지난해 말부터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 우선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승인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올해는 추가로 유방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건선이라는 자가면역 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승인이 떨어진 상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도 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신청한 상태. 박 대표는 이달 중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19년을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는 초석을 놓는 시기로 규정했다. 무엇보다 해외 투자 유치에 전력을 쏟기로 했다. 이미 여러 명의 해외 투자자를 만났다. 박 대표는 “싱가포르 기업인이 며칠 전 우리 회사를 찾아와 미팅을 가졌다”며 “이야기한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순 없지만 대규모 투자와 싱가포르 현지 합작법인 설립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4월에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올해 해외 투자 유치 목표를 일단 500억 원으로 잡았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자칫 일만 벌여놓고 수습이 안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투자 규모가 조금 작더라도 내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
“올해 절반은 외국에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해야 정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정신없이 바쁘지만 12월에 웃을 수 있도록 반드시 성과를 낼 겁니다.”
▼세포치료제 시장 年20%씩 ‘폭풍 성장’… 내년 100억달러 달할듯 ▼
전 세계적으로 세포치료제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발간된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백서에 따르면 세계 세포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20.1%씩 성장해 2020년 1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신 세포치료제는 대체로 면역세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T세포와 NK(Natural Killer·자연살해)세포가 대표적인 면역세포다. T세포를 중심으로 개발된 면역항암제를 보통 제3세대 항암제라 한다. 최근에는 NK세포를 활용하는 바이오 기업이 늘면서 일부에서는 이를 제4세대 항암제라 부르기도 한다.
이미 많은 바이오 기업이 NK세포를 활용한 암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일부 치료제는 임상 1상을 끝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페이트 세러퓨틱스, 난퀘스트, 셀진, 글라이코스템 등을 꼽을 수 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일단 국내에서는 주사 형태의 세포 치료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 주사제가 약사법상 약품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을 모두 끝내고 의약품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치료제로 활용할 수 없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첨단 의료 분야이면서 안전성이 입증된 세포 치료나 유전자 치료에 한해 정부가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런 시술이 허가된 일본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1월 위험도가 낮은 세포 치료에 한해 ‘첨단재생의료 제품’으로 규정해 의약품 허가가 떨어지기 전이라도 시술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