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일곱 살이던 73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해 2년 3개월의 학교생활을 끝으로 배움은 끝났다.’
올해 79세인 문해주 할머니(사진)가 쓴 자기소개의 첫 구절이다. 그는 가정형편 탓에 학교를 오래 다니지 못하고 그만뒀다. 중매로 19세 무렵 남편을 만나 한 가정의 아내로, 엄마로 살다가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어느 날 TV에서 ‘주부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할머니는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2018년 서울 마포구 양원주부학교 문해반에 입학했다.
할머니 자택에서 학교까지는 왕복 1시간이 넘는 거리지만 그는 하루도 결석한 적이 없다. ‘남은 날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싶다’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특히 한자를 배우는 게 즐거웠다. 자격증을 딸 때마다 배우지 못해 한스러웠던 순간들이 날아가는 듯했다. 120주에 걸쳐 교육과정을 이수한 할머니는 이번에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그는 “졸업장이 생겼으니 이제 무얼 못하겠소? 90세가 되어도 책상 앞에 앉아있을 내 모습이 기대된다”며 소감을 밝혔다.
문해교육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학력이 부족한 이들을 위해 마련한 문자 해득(解得) 교육이다. 서울시의 20세 이상 인구 785만 명 중 문해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68만 명(8.7%)에 이른다. 서울시교육청은 2011년 전국 최초로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을 실시해 지난해까지 졸업생 3856명을 배출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