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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내가 하면 체크리스트, 네가 하면 블랙리스트’

입력 | 2019-02-21 00:00:00


청와대. 뉴시스

서울동부지검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지시로 만들어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청와대 관계자를 소환할 계획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당시 김은경 전 장관에 대해선 앞서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자유한국당이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에 따라 공개한 ‘환경부 블랙리스트’에는 사퇴 압박이 필요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 중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등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몫으로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검증을 맡는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이 국회에서 “장관으로 있으면서 인사권을 행사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을 보면 청와대가 대통령 임명 몫이 아닌 자리까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블랙리스트를 보고받은 적 없다는 그간의 태도에서 입장을 바꿔 청와대가 적법한 감독권을 행사한 체크리스트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청와대는 공공기관 임원을 대상으로 한 리스트는 민간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리스트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사나 감찰기관도 아닌 청와대가 임명권도 없는 공공기관 임원을 상대로 사퇴를 압박할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면 그 자체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김상률 교육문화수석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노태강 문체부 체육국장에게 사직을 강요했다고 해서 직권남용죄가 인정돼 처벌됐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임면권을 갖고 있어도 보장된 임기 전에 정당한 해임 사유 없이 사퇴를 압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권이 들어서면 산하기관장을 물갈이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것은 역대 정권이 해온 일인데도 새삼 문제가 된 것은 현 정권이 전 정권을 상대로 유사한 압박을 불법으로 몰아 처벌했기 때문이다. 결국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청와대 개입이 확인됨에 따라 청와대가 330개 기관의 660여 명을 관리했다고 한 김 전 특감반원의 폭로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치부해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블랙리스트가 환경부에 있었다면 다른 부처에는 없었겠느냐는 의문도 든다. 검찰이 죽은 권력과 살아있는 권력에 동일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