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메이저리그는 유례없는 호황이다. 지난 26년간 쉬지 않고 몸집을 키워 인플레이션을 고려해도 377%라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입이 103억 달러(약 11조5900억 원)로 역대 최고였다. 대형 계약이 속출하는 이유다.
메이저리그는 위기다. 성장은 이어지지만, 관중은 주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관중은 지난해 4% 줄어 6967만여 명, 15년 만의 최저였다. 기존 팬들은 고령화로 이탈하고, 유소년 팬들의 유입은 줄고 있다. 야구 시청자 평균 나이가 57세다. 42세인 NBA(농구) 등과 비교해도 너무 ‘올드’하다. 미래 동력을 외면하면서, 정상에서 내리막을 우려하게 됐다.
우리 야구도 비슷하다. FA 선수 몸값이 100억 원을 넘은 지 오래다. 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7시즌 프로야구 매출이 5000억 원 수준으로, 2015년과 비교할 때 10% 이상 늘었다. 그런데 관중은 미국처럼 감소한다. 지난해 관중이 804만 명으로 전년 대비 4% 줄었다. 전년 대비 감소세는 5년 만이다.
우리 야구는 느긋하다. 고령화의 위험 신호는 이미 켜졌지만, 팬의 평균 나이가 몇 살인지 모른다. 유소년 팬 증감 추이, 고령화 속도도 알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티볼과 연식야구 지원으로 유소년 야구팬 증가를 기원해 왔다. 그런데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 자금 위주로 2억여 원에 불과하다. 소액인 데다, 그마저도 데이터가 없으니 깜깜하다. 유소년 팬이 는 것인지, 준 것인지, 그것이 지원 정책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대답할 수 없으니, 수정이나 보완도 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는 사무국과 30개 구단이 통합 마케팅을 한다. 마케팅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고, 노하우를 나눈다. 그들의 빅데이터는 관객은 기본이고, 야구장에 입장하지 않고 주변 클럽에서 맥주를 마시는 잠재적인 고객까지 분석한다. 우리는 사무국 따로, 구단 따로다. KBO가 용역을 줘서 만든 팬 설문조사 결과를 구단에 전달하는 게 거의 전부다. 선수협회, 은퇴선수협회 등 선수 조직들도 이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선수들이 어린이 팬들의 사인 요청을 외면한다는 뉴스가 요즘도 계속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취임해 시행착오를 겪었던 KBO 정운찬 총재가 올해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신년사에서 “900만 관중 돌파를 위한 양질의 성장동력을 쌓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유소년 등 미래 고객 유치와 관련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다. 무슨 수로 관중을 늘리겠다는 것인지.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