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월 法시행 앞두고 매뉴얼 발표

의류회사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C 씨는 팀장 D 씨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신상품 발표회를 앞두고 C 씨가 수차례 디자인 시안을 보고했지만 D 씨는 “이번 시즌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며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B 씨와 D 씨의 행동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까? 고용노동부가 21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B 씨의 행위는 명백한 괴롭힘이지만 D 씨의 행위는 괴롭힘이라고 보기 어렵다. D 씨의 행위는 업무상 적정 범위 내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용부는 지난해 말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포함됨에 따라 이날 괴롭힘의 정의와 예방활동, 해결 절차 등을 담은 표준안을 선보였다.
만약 후배에게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며 경위서를 쓰게 했다면 3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돼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 된다. △모두가 꺼리는 힘든 업무를 반복적으로 부여하거나 △휴가나 복지 혜택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부서를 옮기도록 하는 행위 등도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한다. 업무상 필요한 비품을 주지 않는 것도 괴롭힘에 포함된다.
하지만 인사 승진을 위해 A등급의 근무평가가 필요한데, 상사가 계속 B등급을 부여한다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 평가자의 정당한 업무 범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업장뿐 아니라 사내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발생한 경우도 해당한다. 또 파견, 하청 등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적용된다. 만약 원청 노동자와 파견 노동자 사이에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원청 사업주가 확인 조사 등을 해야 한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7월 16일부터 시행된다. 10인 이상 노동자가 있는 기업은 새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업규칙을 바꿔야 한다. 취업규칙에는 △사내에서 금지하는 괴롭힘 유형 △예방교육 사항 △괴롭힘 사건의 처리 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재발 방지조치 등을 담아야 한다. 이를 취업규칙에 반영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