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켈리 객원논설위원·부산대 정치학과 교수
이러한 상황이 정상회담을 실패로 이끄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얼마나 엉성하고 충동적인지는 알 수 있다. 이번 회담의 준비과정을 보면 성급하게 서두른다는 인상을 준다. 제1차 정상회담의 경우 ‘역사적’ 사건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가 없었다. 그 후 지난 8개월 동안 핵무기에 대한 북한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미국의 양보에 상응하는 북한의 양보와 관련해 구체적인 협상이나 교환이 제시되기를 여전히 기다린다.
교착상태는 대체적으로 불가피하다. 북한과 미국은 결이 매우 다른 국가다. 전략적, 이념적 차이가 크다. 상호 신뢰도 구축돼있지 않다. 양국 모두 상대국이 속임수를 쓸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큰 양보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 혹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를 빠르게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에 가깝다. 한미 양국 대통령이 거창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 모든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변수들이 이와 같은 구조적 요인을 압도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직도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의 경험으로 판단하건대, 한국 사람들은 현재의 미국이 아직도 예전의 미국과 같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부도덕하며 소양이 부족한지, 동맹국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을 얼마나 약화시키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필자는 가르치는 부산대 정치학과 학생들에게 CNN을 볼 것을 권장한다. 쏟아져 나오는 미국 대통령의 스캔들과 감정 분출이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제도를 좀먹고 있다는 것을 끝없는 뉴스 보도를 통해 확인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 모든 사실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남한, 유럽, 일본 등은 트럼프 시대가 신속히 끝나고 정상상태로 복귀되길 대체적으로 희망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남한에 별다른 선택권을 주지 않은 채 북한에 집중해 왔다.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 그 상대가 민주당이든 김정은 위원장 혹은 푸틴 대통령이든 간에 협상 테이블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왔고, 그 때문에 남한은 위험부담을 안은 상태로 그와 발맞춰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문제와 같은 주요 계획에 시간과 노력을 별로 들이지 않는다. 멕시코 장벽 건설 공약이나 인프라 개선 공약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로 북한을 끌어들이려는 노력 또한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업무시간 중 절반 가량을 비공식적인 ‘이그제큐티브 타임’으로 보낸다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그제큐티브 타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트위터, 뉴스 시청, 전화 통화 등의 활동을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북핵 해결과 같은 주요 정책 계획은 전폭적인 관료적 지원과 대통령의 강한 리더쉽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북정책은 미국 및 동아시아에서 많은 이해관계에 얽혀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어떤 협상을 하느냐에 따라 의회, 인권단체, 싱크탱크, 군, 외교가, 미 동맹국, 여론 등의 이권이 좌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 말고는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문제와 관련한 전략이나 목표 등을 언급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는 자신에게 이익이 될 때는 남한이나 일본 등 동맹국도 묵살한다. 종종 명확한 이유 없이 마음을 바꿀 정도로 충동적이다. 브리핑을 읽지도 듣지도 않기 때문에 그의 외교 정책은 보좌관들에 의해 좌우되기 쉽다. 문재인 대통령이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협력하고자 하는 것이 놀랍다.
계획도 의지도 없는 성향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조차 무지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가 핵무기, 미사일 기술, 한국 등에 대한 공부에 시간을 할애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8개월 동안 그는 관련 문제에 대해 그 어떤 진전도 보여주지 못했다. 협상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김정은 위원장과 같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말인가.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좋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결 같은 반응이며, 그에게는 이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정말 터무니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단 한번, 41분 동안 만났을 뿐이다. 이는 데이트하는 시간보다도 짧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통역사를 대동한 한번의 짧은 만남을 통해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속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요컨대 트럼프 대통령은 제1차 정상회담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무지한 채로 정상회담에 임하게 될 것이다. 그는 부족한 의지 때문에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합의가 아예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좋은 결과가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북한과의 협상은 쉽지 않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내 미국의 위치나 남한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단순히 양보만 하고 올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운이 좋을 수도 있고, 희망을 가지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좋은 성과를 이끌어낼 만한 명확한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늘 그렇듯 트럼프 대통령은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지난 6월 이래로 북한의 협상 태도에서 변한 것은 없다. 대북문제는 수십 년 동안 우리를 괴롭혀 온 문제임에도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번처럼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 한국사 등 관련 문제에 대한 기초지식이 거의 전무하며, 여전히 성급하고 충동적인 성향으로 본질보다는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면서도 최근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에서 보듯 남한에 대해서는 비용분담 문제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동맹국에 무례하고 무관심하면서 협상에도 무지한 인물이 대북문제에 대해 퍼주기가 아닌 새로운 길을 열어줄 장본인이 될 것이라고 그 누가 진지하게 생각하겠는가.
로버트 켈리 객원논설위원·부산대 정치학과 교수
<원문>
Trump is Too Lazy and Disinterested to Pursue a Good Deal with Kim Jong Un
This does not mean the summit will fail, but it is indicative of the sloppiness and impulsiveness of the Trump administration. The run-up to this summit looks much like the hasty, thrown-together preparation for the last one. And that previous summit, despite all the claims of a ‘historic’ breakthrough, did not really accomplish much. In the eight months since that first Singapore summit, little movement on Northern nuclear weapons has occurred. We are still waiting for some concrete deal or swaps ¤ North Korean concessions for US counter-concessions - to be proposed.
Much of the stalemate is unavoidable. North Korea and the US are very different regimes. The strategic and ideological gaps are enormous. There is also little trust. Neither side wants to make a large concession, likely because both understandably believe the other will cheat. Given this, it was always a heroic assumption that Trump (or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 In) could revolutionize relations with North Korea so rapidly. One thing that would help this entire process a lot is if Moon and Trump spoke in less grandiloquent, transformational language.
But beyond these structural factors are variables specific to this American presidency, which I think many South Koreans still do not quite grasp. In my experience, South Koreans still, flatteringly, see the US as it was before; they do not realize how clownish, corrupt, and untutored Trump is, how little he cares for allies and previous US commitments, and how much he is undercutting US relationships around the world. I encourage my political science students at Pusan National University to watch CNN, with its endless coverage of Trump, to see just how much his endless scandals and outburst dominate the news and corrode America‘s institutions.
It is natural that foreigners would not see all this, and I find generally that most American allies ¤ the South Koreans, Europeans, and the Japanese ¤ are just hoping that the Trump era ends quickly and normality returns. But Trump has focused on North Korea, leaving South Korean little choice but to deal with him. Seoul does this at its peril, because Trump is grossly unserious and unqualified for the office he holds, and that undercuts his ability to negotiate with all his counter-parties ¤ whether that be the opposition Democratic Party at home, or Kim Jong Un or Vladimir Putin overseas.
We know now from leaks that Trump spends around half of his day in unstructured ‘executive time’ ¤ a euphemism for Trump drifting around the White House, tweeting, watching TV, calling his friends, and so on.
Yet major policy initiatives ¤ like addressing the North Korean nuclear program ¤ require serious bureaucratic commitment and focused presidential leadership. North Korea policy has many stakeholders ¤ both in the US and east Asia. Congress, human rights groups, think-tanks, the military, the diplomats, US allies, public opinion, and so on all have vested interests in what deal Trump strikes with Pyongyang. Trump has made almost no effort to reach out to anyone on North Korea, beyond Moon Jae In personally.
Trump has never given a programmatic speech on North Korea, laying out his strategy and goals. He ignores US allies ¤ Japan and South Korea most obviously ¤ when it is in his interest. He is impulsive, often changing his mind for no obvious reason. He does not read or listen to briefings, so his foreign policy is prone to capture and competition among his aides. He is so erratic that I am amazed President Moon wishes to work with him.
This unruly laziness also makes Trump ignorant of the most basic issues in any negotiation. There is no evidence that Trump has spent any time learning about nuclear weapons and missile technology, or about Korea. In the eight months since Singapore, he has demonstrated no growth on the relevant issues. How can Trump negotiate with Kim when he does not understand the debate?
In short, Trump is walking blind into this summit, just as he did the previous one. Laziness crippled his ability to pull a deal out of Kim at Singapore and will almost certainly do so again this time.
All this does not mean a deal will not emerge. But it likely will not be a good deal. Negotiating with North Korea is tough, and Trump would have to take it more seriously to get a solid outcome. Far more likely is that Trump simply makes concessions that he does not understand or does not care about because he does not care about South Korea or the US position in Asia.
Maybe we will get lucky, and we can always hope. But there is no obvious ’process‘ leading us to a good outcome. Trump is just stumbling along as he always does. North Korea is holding fast; nothing in its negotiating behavior has changed since June. This next summit is being thrown together hastily in a few weeks, just like the last one, even though the complex issues have bedeviled negotiators for decades. Trump is still grossly untutored in even the basics of the relevant issues ¤ nukes, Korean history - and he is still petulant, impulsive, and focused on optics not substance. His passion, revealed in the recent sharp fight over USFK funding, is still for baiting South Korea over burden-sharing while he claims that he and Kim are ’in love.‘ Who seriously believes that someone this flippant, disinterest in US allies, and ignorant of the negotiating issues will be the one to make a breakthrough that is not just a give-away to Nor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