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책의 향기]유머와 통찰로 그려낸 생물학자의 숲 탐구생활

입력 | 2019-02-23 03:00:00

◇오늘도 나무에 오릅니다/마거릿 D 로우먼 지음·유시주 옮김/336쪽·1만5800원·눌와




장 앙리 파브르(1823∼1915), 제인 구달,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그리고 오프라 윈프리. 이들의 재미와 통찰, 섬세함을 적절히 섞으면 이 책이 된다.

온통 푸른 나뭇잎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저자는 여성 생물학자다. 특히나 숲 우듬지 생태학을 개척했다. 로프와 장비를 둘러메고 수십 m 높이의 나무에 직접 올라 반평생을 연구했다. 현장생물학자가 생생히 그려낸 현장 에세이다.

어릴 적 읽었던 모험소설처럼 흥미롭다. 호주에서 저자는 무시무시한 거인가시나무와 맹독성 호주갈색뱀을 밤낮으로 상대한다. 수백만 마리의 크리스마스풍뎅이가 잎을 갉아먹는 요란한 소리에 잠도 설친다. 남자들뿐인 업계와 현장에서 수십 년 살아남은 강인한 여성만이 들려줄 수 있는 낙천적 유머가 글에 넘실댄다. ‘128그루의 관목에는 22만7082개의 잎사귀가 달려 있었다’ 같은 학자적 디테일도 빼곡하다.

여성으로서 보수적인 가정과 학계를 오가는 저자의 심리적 모험 역시 고단하다. 만삭에도 이동식 크레인을 타고 숲 우듬지를 더듬고, 아기용 양털 담요에 바글대는 구더기도 마주한다. 아프리카 서부의 피그미족들 사이에서도 연구를 진행한다. 책의 숲을 탐험하다 보면 디알리움 파키필룸, 사고글로티 가보엔시스 같은 어려운 나무 학명마저 게임의 캐릭터처럼 다가온다.

저자는 고백한다. ‘현장생물학자로서의 내 삶은 때로 동화 같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