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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퍼 들고 ‘찰칵’… 풍경 스케치 ‘쓱쓱’… 타투로 기분 ‘업!’

입력 | 2019-02-23 03:00:00

“여행이 특별해졌어요” 3가지 감성 아이템




여행 토퍼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풍경 사진에 주로 쓰이며 여행에 정보, 재미, 감성을 더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같은 곳에서 같은 밥을 먹고 다니는데 여행지에서 유독 빛나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여행 간지’다. 차곡차곡 쌓여 풍기는 테 같은 거라 쉽게 흉내 내기 힘들지만 방법이 없진 않다. 단기간에 ‘여행꾼’으로 변신시켜줄 마법 아이템을 소개한다.


○ “느낌 있게 찰칵” 여행 토퍼

“작은 투자로 기분을 팡팡 띄워줘요.”

20대 직장인 한선주 씨는 여행지마다 토퍼(Topper)를 꼭 챙겨 다닌다. 지난해 중순 지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에 반해 토퍼에 입문했다. 그는 “여행 사진에 토퍼를 끼워 넣으면 여행에 대한 정보도 되고 느낌도 살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여행 토퍼란 기념 문구나 그림을 오려 만든 종이. 들고 다니며 여행 기분을 돋우다가 사진을 찍을 때 액자처럼 끼워 쓴다. ‘다낭 호이안 부부여행 중’ ‘사랑하는 김복동 여사님 칠순 여행 중’처럼 여행 장소와 의미를 새겨서 제작한다.

2, 3년 전 처음 등장했지만 지난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토퍼 제작업체인 ‘오늘토퍼’의 김상희 대표는 “1년 만에 판매량이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제작업체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셀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토퍼 디자인도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단순히 글자를 새겨 제작하던 초반 디자인은 구시대 유물이 됐다. 사진과 화려한 디자인은 기본. 유행어나 좋아하는 시 구절을 넣거나 꽃, 사탕, 구슬 등 장식물을 붙여 개성을 표현한다. 가격은 기본 디자인은 5000원, 맞춤형 제품은 1만5000원 선이다.

토퍼가 유행하면서 기계를 들여 직접 만드는 이도 늘고 있다. 30대 후반 직장인 엄모 씨는 “칼로 종이를 오려 토퍼를 만들다가 (힘든 작업 때문에) 혈압이 올라서 기계를 샀다. 실력이 쌓이면 판매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계 가격은 브랜드별로 다르지만 A4 전용 기계 기준으로 20만∼30만 원 선이다.

토퍼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자사 정체성을 새긴 토퍼를 나눠주거나 아이돌 팬클럽에서 토퍼를 제작해 콘서트 인증샷을 찍는 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퍼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라며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시대의 흐름을 타고 전성기를 맞은 것”이라고 했다.


○ “오래 머물며 관찰” 어번 스케치

“먹다 남은 삼겹살도 그리고, 길에서 만난 고양이도 그려요. 느낌 좋은 카페 풍경도 그리죠.”

직장인 이성은 씨(29)는 2년째 어번 스케치(Urban Sketch) 수업을 듣고 있다. 어번 스케치란 야외 풍경, 특히 여행지 풍경 그리기를 뜻한다. 그는 “볼펜과 작은 고체 물감을 들고 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엽서에 그리곤 한다”며 “그림일기를 쓰는 느낌이라 여행지의 기억이 훨씬 더 오래 남는다”고 했다.

최근 어번 스케치에 매료됐다는 40대 김모 씨는 “사진을 고르고 골라 SNS에 올리는 작업이 언제부턴가 노동으로 느껴졌다”며 “한 군데에서 천천히, 그리고 사색하는 과정이 좋아 사진 대신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이성은 씨가 제주도 여행 중 그린 제주 흑돼지, 애월항, 이호테우 해변 풍경. 이성은 씨 제공

어번 스케치는 지난해 여름부터 붐이 일기 시작했다. 여행드로잉 작가 정승빈 씨에 따르면 1년 전부터 거의 모든 화실에서 어번 스케치 수업을 개설할 정도로 빠른 시간에 시장이 성장했다. 수강생은 20, 30대 여성이 70% 이상이며 최근에는 은퇴한 50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정 씨는 “그림을 그리려면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며 대상을 관찰해야 한다”며 “같은 곳을 여러 번 갈 정도로 여행이 보편화되다 보니 한곳을 깊이 봐야 하는 어번 스케치가 유행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여행 드로잉 수업 나의 첫 어반 스케치’(이종) 같은 책으로 연습하는 독학족도 늘고 있다. 느긋할 땐 느긋한 대로, 급할 땐 급한 대로 여행 당시의 느낌을 담아 그리는 것이 포인트다.


○ “자유로운 여행 기분 쑥” 여행 타투

여행지의 랜드마크, 비행기 창문, 세계지도…. 여행 전후에 타투를 하는 이도 늘고 있다. 지워지지 않는 타투는 물론 질 좋은 판박이 격인 인스턴트 타투로 여행 기분을 돋운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도 타투로 여행의 추억을 몸에 새긴다.

최근 여행 전 기분을 돋우기 위해 지도, 비행기 등을 타투로 새기는 이가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이솝 타투이스트는 “태연 현아 등 연예인들의 타투 사진이 널리 알려지면서 여행을 계기로 타투를 결심하는 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처음에는 귀 뒤, 발목, 손목 등에 작은 크기로 타투를 새기는 게 보통이다. 인스턴트 타투는 스티커 형식이어서 수일 내에 제거할 수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