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부가 보증한 수소차 안전 “이중삼중 장치로 가솔린보다 안전”

입력 | 2019-02-24 11:04:00

막 오른 수소차 시대

● 2040년 수소차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청사진
● 산자부 차관 “수소차는 수소폭탄과 전혀 상관없다”
● 수소차 연료저장 용기 강도 “에펠탑 무게도 견뎌”
● “수소차 사고 나도 폭발 안 한다”
● 현대차, 2030년 수소차 50만 대 생산 목표




문재인 대통령이 탑승해 화제가 된 현대 수소차 넥쏘. [사진 제공·현대자동차]

1월 17일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하 로드맵)을 발표한 뒤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에 보급된 수소차는 889대, 연간 생산량은 712대에 불과하다. 일반인이 수소차를 접할 기회가 매우 드물다.

정부는 로드맵에서 이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시민이 수소차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부터 4000대 이상을 신규 보급할 방침이다. 2040년 누적 생산량 620만 대를 달성해 수소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다.

수소택시(8만 대), 수소버스(4만 대), 수소트럭(3만 대) 등도 공급할 계획이다. 수소버스는 올해부터, 수소택시는 2021년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수소트럭도 2021년 이후 쓰레기 수거, 청소, 살수 등의 용도로 공공 부문에서 사용한다. 이후 물류 등 민간 영역까지 단계적으로 사용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정부가 수소차 육성 드라이브를 건 것은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풀기 위해서다. 한국은 그동안 화석연료에 의존한 탄소경제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에너지원 대부분을 수입하는 데 따른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엔 급증하는 대기오염물질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모색되는 것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수소경제다.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만큼 풍부하다.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지도 않다. 고갈 우려가 적고, 연소 시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실용화하기까지 기술 장벽이 높은 게 한계로 지적된다.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이 분야에 강점을 가져왔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수소전기차·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고 △석유화학 및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副生)수소 관련 경험을 보유했으며 △완비된 LNG망 등을 통해 수소를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자평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소경제를 발전시켜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저감,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에너지원 다각화, 에너지 해외 의존도 감소 등을 이룬다는 게 정부 목표다. 구체적 방안으로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하는 산업생태계 구축을 제시했다.

세계 각국도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일본은 수소사회 진입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수소차 80만 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독일, 중국 등도 수소차 보급 확대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짚고 넘어갈 것은 이때 말하는 수소차가 수소전기차(FCEV)라는 점이다. 과거 수소 자체를 연료 삼아 엔진을 움직이는 방식의 수소차가 개발된 적이 있다. 2007년 독일 BMW가 공개한 ‘하이드로젠 7’ 등이 그렇다. 그러나 상용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현재 공급되는 수소차는 모두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기차다. 일반 전기차는 전기를 외부에서 공급받는 반면 수소차는 수소를 내부탱크에 충전한 뒤 대기 중 산소와 결합시켜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게 차이점이다. 그 전기로 모터를 돌려 움직인다.

일반 전기차는 급속충전에 20분, 완속충전에는 최장 8시간이 소요되지만 수소차는 5분 충전으로 6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문제는 인프라 부족이다. 수소충전소가 2018년 현재 전국적으로 14개에 불과하다. 정부는 연말까지 이를 최다 86개소로 확대하고, 2022년 310개소, 2040년 1200개소로 꾸준히 늘려 수소차 상용화 시대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도심 공공건물 등 주요 거점에 수소충전소를 세울 방침이다. 국회 의원회관 근처에 하루 50대 이상을 충전할 수 있는 규모 수소충전소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국회 수소충전소가 수소연료 안전성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수소 위험, 가솔린보다 낮아

경기 여주에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현대 수소차 넥쏘가 충전하고 있다(왼쪽). 수소차는 수소를 충전한 뒤 차량 내 연료전지를 통해 공기 중 산소와 반응시켜 생성한 전기로 구동된다. [사진 제공·현대자동차]

수소연료에 대한 불안은 수소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손꼽힌다. 수소차나 수소충전소가 외부 충격을 받으면 일종의 ‘수소폭탄’으로 변해 막대한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가 적잖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소폭탄에 사용되는 수소와 수소차의 연료로 쓰이는 수소는 종류부터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수소폭탄에 사용되는 수소는 중수소(중성자와 양성자 각 1개)와 삼중수소(중성자 2개와 양성자 1개)로 온도가 섭씨 1억도 이상일 때 폭발한다. 실온의 수소분자(H₂)가 이렇게 변화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수소차 운전 온도 또한 섭씨 70도 수준으로, 수소차 내 연료가 ‘수소폭탄’이 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수소차는 긴급 상황 발생 시 수소 공급을 차단해 대기로 방출하는 여러 종류의 안전장치를 탑재하고, 각국 공인 인증 기관의 안전성 평가를 거쳐 출시된다. 이에 따라 충분한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사전 브리핑에서 “수소 폭발 가능성을 염려하고, 수소연료를 수소폭탄과 혼동하는 분들이 일부 있다. 그러나 수소차의 수소 저장 용기는 에펠탑 무게(7300t)도 견디도록 설계됐다. 철보다 10배 강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수심 7000m에서도 안전하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수소차는 물리적 충격뿐 아니라 화학적 폭발 위험에서도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화학 폭발은 누출된 가스가 모여 구름을 형성하고 거기에 불이 붙을 때 발생한다. 수소는 공기보다 14배 가벼워 누출 시 빠르게 확산, 공기에 희석된다. 격렬한 연소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한국산업안전공단과 미국화학공학회 등이 주요 에너지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위험도 분석에서도 수소의 위험도는 다른 연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수소를 1로 봤을 때 가솔린의 위험도는 1.44, LPG는 1.22, 도시가스는 1.03으로 각각 나타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연료전지 관련 기관 BTI에서 실시한 수소차와 가솔린차의 연료 누출 시 화재 전파 실험 결과도 소개했다. 당시 수소차는 연료 누출 부위에서 불길이 치솟았지만 연소 시간이 짧아 빨리 잦아들었다. 반면 가솔린이 누출된 차는 불이 쉽게 꺼지지 않고 실내로 옮겨붙어 차량이 전소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는 석유화학·정유·반도체·식품 등 산업 현장에서 수십 년간 사용해 이미 안전 관리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충전소에 대해서도 “미국(56개), 유럽(100개), 일본(77개) 등 10년 이상 수소충전소를 운영해온 선진국에서 지금까지 안전사고가 발생한 일이 없다”며 “우리나라도 △수소충전소 건설 시 국제기준에 따른 안전검사를 통과한 부품을 사용하고, △안전구조물 설치 및 안전관리자 상주 등 안전조치를 시행하며, △압력 이상 발생 시 긴급 차단 장치 등을 설치하는 만큼 안전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수소경제 생태계의 ‘퍼스트 무버’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7일 울산 남구 울산시청에서 열린 전국경제투어 ‘수소경제와 미래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수소차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현대차도 안전성을 높이는 데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내압용기(수소저장탱크)는 파열시험, 극한반복가압시험, 화염시험, 총격시험, 낙하시험 등 14개 항목, 차량은 정면·후방·측면충돌, 수소누출안전성 등 13개 항목에서 안전 인증을 획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저장용기는 일반 LPG 용기와 달리 합금 실린더에 실처럼 생긴 고강도 유리섬유나 탄소섬유를 감아서 만든다. 표면 두께가 10cm에 달해 극한 상황에서도 찢어질 뿐 결코 터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수소저장용기에 센서를 탑재해 주변 온도와 충격을 감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차량 화재 등으로 일정 온도가 넘어가면 저절로 수소가 방출되며, 폭발이 아닌 소염만 발생하게 된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중 탑승해 화제를 모은 현대의 수소차 넥쏘는 최근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 ‘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으며 ‘올해의 가장 안전한 SUV’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FCEV가 안전 최고등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넥쏘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주관한 ‘올해의 안전한 차’ 평가에서도 중형 SU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11일, 충북 충주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확대를 위한 제2공장 신축 기공식을 열고, 중장기 로드맵 ‘FCEV 비전 2030’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 규모의 수소차 생산체제를 구축, 글로벌 수소차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간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2030년 연간 기준으로 글로벌 수소차 시장이 약 200만 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발맞춰 현재 연간 3000대 규모인 수소차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투자 및 신규 고용을 이어갈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협력사와 더불어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 등에 총 7조6000억 원을 투자하고, 5만1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계획을 내놨다. 50만 대 수소차 생산체제가 마련될 경우 그에 따른 경제효과는 연간 약 25조 원, 간접 고용을 포함한 취업유발 효과는 약 22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수소차 시장 진출을 원하는 경쟁 완성차 업체 등에서 연료전지시스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공급하는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선박, 철도 등 운송 분야와 전력 생산·저장 등 발전 분야도 연료전지시스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현대차는 기존 넥쏘 수소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시스템을 기반으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충북 충주 제2공장이 완공되면 2022년까지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은 4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이날 기공식에서 “현대차그룹은 수소경제라는 신산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가 주요 에너지인 수소사회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9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