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장정석 감독.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명장은 선수들이 만든다. 장정석(46)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이 말에 격한 공감을 표했다. 2017년 키움과 맺은 3년 계약의 마지막 해, 장 감독은 자신의 운명을 선수들에게 맡겼다.
장 감독은 2016시즌 종료 후 염경엽 전임 감독에 이어 키움 지휘봉을 잡았다. 2004년 은퇴 후 1군 기록원과 매니저, 운영팀장을 거쳐 온 장 감독을 향해 우려의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코치 경험조차 없는 이가 감독 자리에 올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임 염경엽 감독 선임도 파격이었지만, 그걸 뛰어넘는 충격이었다.
부임 첫해에는 염려가 기대를 이겼다. 장 감독은 2017년 69승73패2무, 승률 0.486으로 7위에 그쳤다. 5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던 9월 첫 9경기에서 1승1무7패로 무너진 것이 뼈아팠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PS) 무대를 밟았던 키움이 가을 야구 문턱을 넘지 못하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장 감독도 당시 “자신감이 가득했는데 모든 부분이 예상과 달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키움은 4위로 PS 진출에 성공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누른 뒤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도 한화 이글스 상대 ‘업셋’에 성공했다. 이어 PO에서 SK 와이번스와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를 연출한 끝에 분패했다. 장정석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졌다.
키움 장정석 감독.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앞둔 그는 초연했다. 장 감독은 “개인적으로 ‘명장은 선수가 만든다’는 말에 굉장히 공감한다. 지난 2년간 내가 욕심내서 됐던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지난해 기적 같은 명승부도 내가 ‘반드시 이기자’라고 해서 이긴 게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후회없는 경기만 주문했고, 모든 것은 선수들이 만든 결과”라고 공을 돌렸다. 계약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결국 선수들에게 달린 것이다. 선수들이 잘해주면 오래 함께 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에는 이 팀에 머물 수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국민거포’ 박병호는 “나를 비롯해 선수단에게는 장정석 감독님을 만난 것이 행운이다. 지난해 감독으로는 처음 모셨는데, 운영팀장 시절부터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선수들은 경기와 훈련 때 모두 배려를 받고 있다. 이는 감독님 덕분이다”라는 진심을 전했다.
지난해 악조건을 뚫고 기적을 일궈낸 키움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선수단 전체가 약속이라도 한 듯 우승을 언급하는 이유다. 장정석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높은 곳에 올라 재계약 도장 찍는 것을 마다할 감독은 없다. 장 감독이 마지막 순간에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