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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리포트] ‘계약 마지막 해’ 장정석 감독의 진심, “선수들에 달렸죠”

입력 | 2019-02-25 12:30:00

키움 장정석 감독.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명장은 선수들이 만든다. 장정석(46)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이 말에 격한 공감을 표했다. 2017년 키움과 맺은 3년 계약의 마지막 해, 장 감독은 자신의 운명을 선수들에게 맡겼다.

장 감독은 2016시즌 종료 후 염경엽 전임 감독에 이어 키움 지휘봉을 잡았다. 2004년 은퇴 후 1군 기록원과 매니저, 운영팀장을 거쳐 온 장 감독을 향해 우려의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코치 경험조차 없는 이가 감독 자리에 올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임 염경엽 감독 선임도 파격이었지만, 그걸 뛰어넘는 충격이었다.

부임 첫해에는 염려가 기대를 이겼다. 장 감독은 2017년 69승73패2무, 승률 0.486으로 7위에 그쳤다. 5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던 9월 첫 9경기에서 1승1무7패로 무너진 것이 뼈아팠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PS) 무대를 밟았던 키움이 가을 야구 문턱을 넘지 못하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장 감독도 당시 “자신감이 가득했는데 모든 부분이 예상과 달랐다”고 털어놨다.

2018년이 시험대였으나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박병호와 이정후 등 주축 타자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에 시달렸다. 거기에 조상우와 박동원이 5월말 불미스러운 성추문에 휩싸이며 잔여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장석 구단주의 법적 공방 역시 구단을 흔들었다. 사령탑으로서도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이 여럿 되풀이됐다.

하지만 키움은 4위로 PS 진출에 성공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누른 뒤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도 한화 이글스 상대 ‘업셋’에 성공했다. 이어 PO에서 SK 와이번스와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를 연출한 끝에 분패했다. 장정석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졌다.

키움 장정석 감독.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앞둔 그는 초연했다. 장 감독은 “개인적으로 ‘명장은 선수가 만든다’는 말에 굉장히 공감한다. 지난 2년간 내가 욕심내서 됐던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지난해 기적 같은 명승부도 내가 ‘반드시 이기자’라고 해서 이긴 게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후회없는 경기만 주문했고, 모든 것은 선수들이 만든 결과”라고 공을 돌렸다. 계약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결국 선수들에게 달린 것이다. 선수들이 잘해주면 오래 함께 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에는 이 팀에 머물 수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국민거포’ 박병호는 “나를 비롯해 선수단에게는 장정석 감독님을 만난 것이 행운이다. 지난해 감독으로는 처음 모셨는데, 운영팀장 시절부터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선수들은 경기와 훈련 때 모두 배려를 받고 있다. 이는 감독님 덕분이다”라는 진심을 전했다.

지난해 악조건을 뚫고 기적을 일궈낸 키움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선수단 전체가 약속이라도 한 듯 우승을 언급하는 이유다. 장정석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높은 곳에 올라 재계약 도장 찍는 것을 마다할 감독은 없다. 장 감독이 마지막 순간에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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