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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영상 데이터도 꿰어야 보배”… ‘AI 판독 의사’ 맹활약

입력 | 2019-02-25 03:00:00

영상의학 분야 파고드는 인공지능




“북미방사선의학회(RSNA) 총회 등을 가보면 이제 더 이상 영상의학계에서 인공지능(AI)의 활용은 논쟁거리가 아닙니다. 어느 수준으로 진단에 활용하느냐를 논의하는 단계지요.”

김휘영 연세대 의대 영상의학과 방사선의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요즘 의학 분야에서 AI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일찍부터 AI를 의학 분야에 접목해 온 국내 대표적인 신진 학자지만 짧은 시간에 이렇게 큰 주목을 받을 줄은 그도 몰랐다.

연세대 의대에 자리를 잡은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30여 개의 크고 작은 영상의료 AI 연구를 하고 있다. 심근병증을 AI를 이용해 예측하거나 뇌종양의 종류를 분류하고, 폐렴과 결핵을 구분하거나 하나의 X선 영상에서 뼈와 그 외의 조직을 분리한 영상을 만드는 등 분야도 광범위하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얻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하나같이 최소한의 영상 촬영으로 의사들이 보다 정확하게 진단을 할 수 있게 판독을 보조하는 기술이다. 이런 장점을 체험한 의사들이 직접 AI를 배우겠다고 찾아오기도 한다.

학계뿐만이 아니다. 영상의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도 국내외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4개 기업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승인을 통과했다. 2018년 국내 첫 승인을 받은 ‘뷰노’의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어린이의 손뼈 영상 수만 장을 AI로 학습시켜 X선 영상을 바탕으로 환자의 뼈 나이를 판독한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가 환자의 성조숙 또는 저성장 여부를 진단할 때 도움을 준다. 본에이지는 지난해 11월 국제품질규격 인증을 받은 데 이어 1월 말에는 유럽연합(EU)의 소비자 안전 승인 마크인 CE 인증을 받았다.

영상의료 AI 기업 루닛이 서울대병원과 공동개발한 AI 기반 영상판독보조시스템 ‘루닛 인사이트’를 이용해 환자의 영상을 진료하고 있다. 흉부 X선 영상을 분석해 폐 결절을 찾는다.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로 승인 받았다. 위 작은 사진은 지난해 5월 국내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AI 의료영상 판독시스템 ‘뷰노메드 본에이지’로, 손 X선 영상을 이용해 뼈 나이를 판독한다. 루닛·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식약처의 의료기기 승인을 받은 또 다른 기업 ‘루닛’의 ‘루닛 인사이트’는 X선 영상을 바탕으로 폐 결절을 판독한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활용 중이다. 김 교수는 “영상의학과 외에 다른 과에서도 만족도가 높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결과가 바로 나와 응급의학에서 쓰기 좋다는 평이다. 그 외에 JLK인스펙션의 뇌경색 진단 AI ‘JBS-01K’와 인포메디텍의 MRI 영상 기반 치매진단 보조 시스템 ‘뉴로아이’가 식약처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7년 1월 세계 최초로 딥러닝 기반의 의료영상 소프트웨어를 승인했고 2018년 4월에도 세계 최초로 환자의 안저 영상을 분석해 전문의 상담을 권하는 AI 소프트웨어를 승인했다. 역시 신장 질환, 안질환 등을 진단하는 AI 소프트웨어를 승인하고 있다.

영상의학 분야에서 AI가 주목 받는 이유는 결과의 안정성이다. 인간 의사의 경우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판독 결과가 다소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AI는 일정하게 고른 판독 결과를 제공한다. 의사를 보조하기에 좋은 이유다. 쌓여 가고 있는 의료영상 데이터도 ‘꿰어야 보배’라는 인식이 늘면서 AI를 이용한 판독이 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을 제외하면 AI 의료기기의 판매 승인이 비교적 빨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덕분에 AI 의료영상 소프트웨어는 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활용되기엔 장벽이 있다. 새로운 의료기술이다 보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기존에 없던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인지를 확인받아야 한다. 기업은 신의료기술로 평가를 받은 뒤 추가 수가(정부지원) 등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는 기존기술로 분류돼 추가 수가는 없는 상황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들여야 해 도입이 어렵다.

정규환 뷰노 CTO는 “(환자가 혜택을 본다는) 근거를 쌓으라는데, 수가가 적어 병원이 사용을 못 하니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관건은 AI의 도움으로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라며 “환자들에게 널리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