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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양승태·김기춘 잇단 구속정지 신청…법원 판단은

입력 | 2019-02-25 06:03:00

징역15년 MB ‘필요적 보석’ 예외 해당…병보석 요청
梁 영장발부때 “증거인멸” 판단…法, 허가 어려울듯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등 항소심 8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이명박 전 대통령(78)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 김기춘 전 비서실장(80) 등 거물급 인사들이 잇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이미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거나 구속영장 심사 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 나온 만큼 법원이 이들의 구속정지 신청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 심문기일을 연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4일 구속된 이후 한 달여 만에 법정에 직접 나와 재판부에 석방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지난 19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 보장을 주장하며 보석을 신청했다. 피고인의 구속 상태가 지속될 경우 구치소에서 약 20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양 전 대법원장이 범죄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없고 주거지가 분명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과가 전혀 없고 만 71세의 고령으로 장기간 구치소에 구금될 경우 건강 악화 가능성이 높은 점을 참작해 달라고도 했다.

다스 비자금 횡령·뇌물수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된 이 전 대통령 측도 같은 날 재판부에 건강 상태 악화를 강조하며 보석을 거듭 요청했다. 확인된 병명만 총 9개이며, 이 중 수면무호흡증은 돌연사 위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한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김 전 비서실장도 지난 21일 구속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고령과 심장질환으로 돌연사가 우려된다는 것이 구속 정지 신청의 주요 사유로 알려졌다.

구속집행정지는 법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구속된 피고인을 친족·보호단체에 부탁하거나 피고인의 주거를 제한해 구속의 집행을 정지하는 제도로, 보증금을 조건으로 하지 않고 직권으로 행해진다는 점에서 보석과 구별된다.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에게 포털사이트 댓글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52)의 보석청구 가능성도 거론된다. 애초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쯤 보석 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변호인단을 보강해 진행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구속될 당시와 사정이 달라지는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거나 구속 만기일을 눈앞에 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법원이 이들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보석에는 보석의 청구가 있으면 예외 경우를 제외하고 법원이 허가해야 하는 ‘필요적 보석’과 보석 여부가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임의적 보석’이 있다. 병보석은 임의적 보석에 해당한다.

필요적 보석의 예외 사유는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나 증거 인멸·도주 우려가 있을 때 등이다.

이미 징역 15년이란 중형이 선고된 이 전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보석을 허가받을 수 없는 셈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돌연사 위험’까지 언급하며 병보석을 요청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보석을 허가할 정도가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에도 앞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당시 수사진행 경과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위, 중요 관련자들과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법원이 예외 사유를 어기면서까지 보석을 허가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심에서 법정구속된 경우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구속만기 직전 정도가 아니면 보석을 허가해 주지 않는다”며 “최근 들어 예외적으로 받아주는 경우가 있지만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전직 사법부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법원에 보석 신청을 한 것이 ‘자충수’가 될 거란 시각도 있다.

앞서 양 전 원장이 검찰 출석 전 ‘친정’인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섰던 검찰 포토라인을 그대로 ‘패싱’한 게 구속영장 심사에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라는 ‘권위’를 보이고자 했던 양 전 원장의 행동이 오히려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여론을 집중시키며 그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에는 부담이 됐을 거란 해석이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법원이 지금 양 전 원장의 보석신청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보석을 허용하면 ‘재판부가 일정한 예단을 갖고있다’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