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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가 감독의 교체명령 거부, 초유의 사태 ‘콩가루 첼시’

입력 | 2019-02-25 09:54:00

영국 언론, 팬들 맹비난
첼시, 맨시티에 패해 우승 실패




 지금까지 이런 행동은 없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팀 첼시에서 선수가 감독의 교체 지시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첼시의 불안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첼시는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2018~2019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전을 치렀다.

첼시는 맨시티의 맹공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전후반 90분을 실점없이 마쳤다. 연장전에서도 첼시는 맨시티의 득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승부차기가 임박한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부상으로 쓰러지자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교체를 준비했다. 사리 감독의 지시에 따라 윌리 카바예로가 장비를 착용한 채 투입을 기다렸다.

하지만 케파는 벤치를 향해 손을 내저으며 빠지지 않겠다는 신호를 전달했다. 사리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나오라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케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사리 감독은 심판진과 대화를 나눈 뒤 교체를 포기했다. 대기 중이던 카바예로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벤치로 돌아갔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케파는 르로이 사네의 슛을 막았으나 나머지 선수들에겐 모두 득점을 허용했다. 첼시는 승부차기 3-4 패배로 우승컵을 놓쳤다.

경기 후 사리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고 했다. “(케파의 치료를 마친) 의료진이 벤치로 온 뒤 상황을 깨달았다. 케파는 ‘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그가 옳았다”고 감쌌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한없이 냉랭하다. 대다수가 케파의 행동을 항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첼시에서 뛴 크리스 서턴은 영국 BBC 라디오5와 인터뷰에서 “첼시의 반란”이라고 묘사했다. 서턴은 “케파는 다신 첼시에서 뛰지 말아야 한다. 이번 경기는 그가 첼시에서 뛰는 마지막이 될 것이다”면서 “왜 다른 선수들은 케파를 내보내지 않았는가”라고 질타했다. “사리 감독이 아닌 케파가 해고돼야 한다. 이번 사건은 감독에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첼시 레전드 수비수인 존 테리도 “교체를 알리는 번호가 보이면 일단 밖으로 나와 존경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팬들은 케파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욕설을 쏟아붓고 있다. 케파의 행동을 두둔하는 이들도 없잖지만, 대다수 페이지는 욕으로 도배되는 중이다.

케파는 “감독에게 반항할 의도는 아니었다”면서 “의료진이 벤치에 도착하기 전인 2~3분 가량 혼란이 있었지만 모든 것이 잘 설명됐다. 사리 감독은 내가 계속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