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측 “도주 가능성 없어…고령이라 건강 악화 가능성” 검찰, ‘증거 인멸 우려’ 들며 기각 요청할 듯
양승태 전 대법원장. © News1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에 대한 보석 심문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판부의 결정에 주목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피고인의 권리와 함께 건강 악화를 이유로 석방을 요청한 가운데 검찰은 증거 인멸의 가능성을 거론하며 양 전 대법원장의 석방을 막을 것으로 보여 양측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 심문기일을 연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 사실은 47개로, 공소장만 296쪽에 달한다.
또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이 압수수색 등으로 이미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데다, 양 전 대법원장이 도주할 염려가 없으며 주거지가 분명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만 71세의 고령으로 장기간 구치소에 구금될 경우 건강 악화 가능성이 높은 점을 참작해 달라고도 했다.
특히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던 미국의 풋볼 전설 OJ 심슨이 체포 이후에도 불구속 재판을 받았다는 예를 들며 보석을 요청했다.
이에 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이 무겁고 사안이 중대하며 불구속 재판으로 진행할 경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며 보석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이후 이를 철회할 만한 사정이 생기지 않았고, 양 전 대법원장이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관련자들을 회유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개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할 예정이다.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구속영장 발부 직후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최근 보석을 요청했는데, 이는 보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구속적부심은 피의자의 구속이 합당한지를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절차로 ‘피의자’ 신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피고인’ 신분일 때 진행되는 보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처리를 먼저 결정한 뒤 본격적인 공판 일정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석 여부는 수일 내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