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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서울 최용수·수원 이임생, K리그 흥행의 불쏘시개 될까

입력 | 2019-02-26 05:30:00

서울 최용수 감독(왼쪽)-수원 이임생 감독. 스포츠동아DB


FC서울 최용수 감독과 수원 삼성 이임생 감독은 친구다. 호적상으론 1973년생 최 감독이 2년 어리지만 실제론 90학번(1971년생) 동기다. 최 감독은 동래고-연세대, 이 감독은 부평고-고려대 출신으로, 대학 시절 정기전에서 뜨겁게 맞붙었다. 공격수인 최 감독의 창과 수비수인 이 감독의 방패는 언제나 불꽃을 튀겼다. 이 감독은 “최 감독은 성격이 남자답고, 스케일 큰 플레이를 했다”고 전했고, 최 감독은 “이 감독은 신중하면서 책임감이 강했다”고 소개했다.

둘은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국가대표팀은 이 감독이 1992년, 최 감독이 1995년에 데뷔했다. 둘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 감독은 지금도 회자되는 ‘붕대 투혼’의 주인공이고, 최 감독은 최종예선에서 강력한 제공권과 날카로운 슈팅으로 ‘독수리’의 위용을 과시했다.

수원 이임생 감독(가운데). 스포츠동아DB


이 감독은 1994년 유공(현 제주)을 통해 프로에 데뷔해 2003년 부산에서 은퇴할 때까지 10시즌을 뛰며 229경기에 출장했다. 최 감독도 같은 해 안양LG(현 서울) 유니폼을 입었고, 2006년 은퇴할 때까지 148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일본 J리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으며 전성기를 보냈다.

다시 라이벌이된 건 코치생활을 하면서부터다. 이 감독은 2004년부터 수원에서, 최 감독은 2007년부터 서울에서 감독을 보좌했다. 당시 수원과 서울의 신경전은 한국프로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둘은 “언제나 전쟁이었다”고 회상했다.

서울 최용수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감독이 된 뒤에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서울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승승장구하며 일찌감치 지도자로 두각을 드러냈다. 반면 이 감독은 혈혈단신 싱가포르로 건너가 프로구단을 맡았다. 평소 꾸준히 영어공부를 한 덕분에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었던 이 감독은 그곳에서 지도자로 인정을 받았다.

잠깐 동안 중국 무대를 경험한 둘은 2019시즌 K리그에서 맞붙는다. 최 감독은 지난해 말 서울이 강등 위기까지 내몰린 상황에서 복귀했다. 이 감독은 수원을 통해 처음으로 K리그 감독이 됐다. 책임감이 한층 커진 진짜 라이벌이 된 것이다. 이 감독은 “초보인 내가 많이 배워야할 입장”이라며 시즌을 기다렸고, 최 감독은 “서로 잘 해야 할 처지”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수원과 서울, 서울과 수원, 두 구단은 누가 뭐래도 K리그 전통의 명문이다. 하지만 현재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아니,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다. 요즘은 슈퍼매치가 열려도 유별난 게 없다.

수원은 지난 시즌 6위, 서울은 승강 PO를 통해 간신히 1부에 살아남은 11위의 초라한 성적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서지 못한 채 구경꾼 신세가 됐다. 두 구단이 동시에 출전권을 따진 못한 건 2012년 이후 7년만이다. 성적도, 인기도 추락하면서 K리그 흥행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K리그의 중심에는 전북 현대가 자리했다. 여기에 울산 현대가 추격하는 구도다. 경남이나 대구, 포항, 제주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수원과 서울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제 이 물음에 답을 해야 할 차례다. 구단 수뇌부의 의지가 약해졌고, 선수층이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다. 팬들의 질타도 쏟아진다. 구단의 태도가 바뀌어야하는 게 우선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부활의 날갯짓이 필요하다. 그래서 두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둘은 의기투합했다. “재미있는 경기를 하자”고 약속했다. 수준 높은 경기로 슈퍼매치의 명성을 되찾는 게 급선무다. 최대 시장을 형성하는 두 구단이 살아나야 K리그의 규모도 커질 수 있다. 슈퍼매치가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한편으로 내년 ACL 출전권을 얻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할 시즌이다.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두 감독이 K리그 흥행을 위해 불쏘시개가 되어주길 바란다. 열악한 상황에서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는 듯해 미안하지만 두 감독의 능력을 믿기에 하는 부탁이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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