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
기업들이 미래를 어둡게 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유럽이다. 유럽 경제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중국(16%)보다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유럽연합(EU)의 경제 성장률은 2.7%에서 2.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의 성장률은 6.9%에서 6.6%로 하락했다. 미중 간 무역 분쟁과 중국의 부채 문제,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 같은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 전 세계 성장률을 더 많이 갉아먹은 건 유럽이다.
그렇다면 올해 유럽 경제는 개선될까? 사실 유럽 경제는 답답한 면이 많다. EU 안에서도 유로화를 쓰는 19개 회원국은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펴지 못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결정에 따른다. 그러다 보니 의사 결정이 늦고 복잡한 데다 ECB 결정이 개별 국가의 실정에 잘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이슈가 계속되는 자동차산업에선 독일이 단번에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워낙 감소 폭이 컸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은 낮다. 화물 운송을 어렵게 한 가뭄도 올해 1월 들어 해소되는 움직임이라고 한다.
여기에 독일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전년 대비 0.4%포인트 늘리기로 했다.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경계하는 독일은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정부 재정 운용이 매우 긴축적인 나라다. 너무 긴축을 해서 문제로 지적되곤 한다. 그런 독일이 지출을 늘린다는 계획에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독일의 회복이 본격화되면 유럽 경제의 불황이 조금씩이나마 해소되고 이는 세계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