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26일 하노이 입성]‘김정은 숙소’ 멜리아호텔 가보니
검색대 설치하고 무장병력 배치… 숙소 철통 경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찾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알려진 멜리아 호텔에 25일 위험 물품 반입을 차단하기 위한 검색대가 설치돼 있다(위쪽 사진).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숙소로 알려진 하노이 JW매리엇 호텔 진입로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병력이 손을 들어 취재진의 접근을 막고 있다. 하노이=뉴스1
24일 오후 10시,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 22층.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곳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취재진이 내리려고 하자 2cm 남짓의 짧은 스포츠머리에 흰 셔츠, 검은 정장 바지 차림의 북한 경호원 2명이 막아서며 이렇게 말했다. 이 층의 엘리베이터 6개 모두 감시 대상인 듯했다. 호텔 내부로 통하는 비상계단 출입문 4곳 역시 전면 통제됐다. 북한 경호원, 실무수행단 등이 머물 예정인 호텔 21층으로 통하는 비상계단 출입문을 지키고 있던 같은 차림의 다른 경호원은 취재진에게 “왜 오셨습네까” “한국 기자냐”고 묻더니 “여기 있어봐야 소용없으니 내려가시라”며 연신 두 손을 내저었다.
○ ‘김정은 룸’ 5000달러 vs ‘트럼프 룸’ 7500달러
김 위원장 도착을 하루 앞둔 25일 호텔은 보안강화구역으로 지정되며 경계는 더욱 삼엄해졌다. 이날 오전부터 투숙객이 아닌 방문객은 아예 호텔에 못 들어간다. 현지 경찰과 호텔 직원들이 투숙객 명단을 들고 다니며 일일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어 외부인은 호텔 방은커녕 로비 진입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반 투숙객도 김 위원장과 북한 수행원 등이 묵을 21, 22층은 물론이고 17층 이상부터 접근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25일 이후로 17층 이상 객실은 예약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철규 북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은 이날 호텔을 찾아 보안 상황을 재차 점검했다. 이날 오후엔 김 위원장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호텔을 찾아 약 50분간 김 위원장의 숙소 등을 둘러봤다. 호텔 내부 엘리베이터 6개 가운데 김 위원장이 이용할 것으로 보이는 1개는 아예 작동이 중지됐다. 호텔 로비엔 보안검색대가 새롭게 설치되고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로비와 호텔 외곽에서 경계 근무를 섰다.
김 위원장이 묵을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숙박비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하룻밤에 5000달러(약 56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호화 가구와 음향 기기들이 설치된 이 방은 헬기 승강장과도 연결돼 있어 비상시 ‘헬기 탈출’이 가능하다.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철통 경호를 위해 손님을 받지 않는 17∼20층 객실은 약 80개, 평균 가격은 300달러로 김 위원장이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1호 룸’ 경호에만 2만4000달러(약 2690만 원)가 들고 있는 셈이다.
26일 하노이에 도착할 트럼프 대통령은 JW매리엇 호텔 5층에 위치한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320m² 크기에 방만 8개가 딸려 있는 이곳은 하노이에서 가장 ‘비싼 방’이며 하룻밤 숙박료만 7500달러(약 840만 원)다. 호텔 정문 앞에 세워진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차량 캐딜락원, 일명 ‘비스트’에는 일반인 접근을 막기 위해 차벽이 세워졌다. 호텔 진입로에는 회색 철제 펜스가 설치돼 있고 소총을 멘 베트남 군인과 경찰 등 10여 명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 이동경로 따라 ‘경호 예행연습’도
베트남 현지 경찰들도 양국 정상의 이동경로에 맞춰 ‘경호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25일 오전 하노이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로 향하는 도로에서 베트남 경찰 순찰차 20여 대와 오토바이 10여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경호연습을 진행했다.
하노이=이지훈 easyhoon@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