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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고 마른 10대, 숨 차고 가슴 뻐근하면 기흉 의심해야

입력 | 2019-02-27 03:00:00

기흉



기흉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젊은 남자에게서 잘 생긴다. 보통 키가 크고 깡마른 특징이 있다. 이는 청소년기에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폐 조직이 폐혈관보다 빨리 자라 폐 상부의 혈관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데 이로 인해 종종 기포가 생기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사진 출처 Freepik


이모 군(18)은 수업 쉬는 시간에 기지개를 켜다가 가슴 깊은 통증을 느꼈다. 이상해서 병원에 가려는데 숨이 차 걷기도 힘들었다. 구급차로 응급실에 도착한 이 군은 가슴에 관을 꽂고 폐에 차 있던 공기를 뽑아냈다. 이 군의 진단명은 기흉.

10대에 유난히 많은 응급수술은 기흉이다.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때면 기흉 수술로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키 크고 마른 젊은 남성에 많이 발생

기흉은 폐의 일부가 터져 공기가 새어 나오는 질환이다. 폐 밖으로 나온 공기는 가슴 안에 고인다. 이 때문에 흉막강 안에 공기가 차고 폐가 눌려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찬다. 대부분 호흡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상태가 되기 전에 병원을 찾는다. 일부 환자 중에는 새어 나온 공기 압력이 갑자기 커져서 심장이나 혈관을 누르는데 이를 긴장성 기흉이라고 부른다.

기흉은 크게 일차성 기흉과 이차성 기흉으로 나뉜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젊은 남성에게 주로 생기는 것은 일차성 기흉이다. 대개 키가 크고 마른 남성들이다. 일차성 기흉은 폐에 특별한 질환 없이 생기기 때문에 자연 기흉이라고도 부른다. 폐 표면에 큰 공기주머니가 볼록 튀어나온 기낭이 생기고 이것이 터지면서 기흉이 된다.

기낭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기낭이 잘 생기고 기흉 발생도 증가한다. 마르고 키가 큰 젊은 남성 흡연자라면 기흉 위험이 더 높은 셈이다.

기흉이 생긴 환자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가슴통증이다. 환자마다 통증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데 대개 숨을 쉴 때마다 가슴 안쪽이 뻐근해진다고 한다.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지만 서서히 생기기도 하고 활동량과 상관없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일차성 기흉이 생긴 젊은 환자는 호흡곤란 증상을 많이 호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응급상황으로 분류되는 긴장성 기흉 환자는 통증보다 호흡곤란 증상을 심하게 호소하기도 한다. 기침, 가래가 갑자기 늘거나 힘을 많이 들여 움직일 때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심해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갑자기 발병하는 기흉, 조기 치료 중요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4∼2017년 기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월평균 3380명이었다. 기흉이 잘 생기는 상황에 대해서 정재호 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호흡에 영향을 주는 운동을 할 때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실제로 기흉 환자들 대부분은 특정 상황이 아닌 일상생활을 하다가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흉은 폐에 난 구멍의 크기가 작고 폐 밖으로 새어 나온 공기가 적다면 안정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될 수 있다. 이때 코나 입으로 산소를 투여해 주면 더 빨리 좋아진다. 하지만 새어나온 공기의 양이 많고 폐가 정상보다 20% 이상 쪼그라들었다면 새끼손가락 굵기 정도의 긴 튜브인 흉관을 가슴 안쪽에 넣어 새어 나온 공기를 몸 바깥으로 빼줘야 한다.

재발이 잦은 것도 특징이다. 폐 표면에 생긴 큰 공기주머니인 기낭을 제거하지 않으면 환자의 30∼50%가 재발한다. 재발하면 기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기흉 수술은 대부분 내시경을 활용한 흉강경 수술을 한다.

재발이 아니더라도 상태에 따라 수술이 필요하다. 흉관을 넣었지만 폐가 펴지지 않고 4일 이상 공기가 계속 샌다면 수술해야 한다. 기흉이 양쪽 가슴에 함께 생기거나 긴장성 기흉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수술 후에도 재발 위험이 있다. 대개 수술 환자의 3∼5%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후 새로운 기낭이 생기거나 수술한 부분 바로 옆에서 공기가 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기흉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뚜렷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2, 3학년 학생들에게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볼 때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이준범 고려대 의학과 4학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