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지역 언어 사용실태 조사
“에나가? 억수로 마이 내삐따 카는기….(진짜야? 정말 많이 갖다 버렸다는 것이….)”
40여 년 전만 해도 진주를 비롯한 서부 경남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별로 쓰지 않는 지역어(방언)다. ‘단디(단단히)’ ‘보도시(겨우)’ 등도 마찬가지다.
이는 국립 경상대 박용식 국어문화원장(국어국문학과)이 최근 조사해 발표한 ‘지역어 기초 조사 및 보존방법’ 연구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 원장은 지난해 11월부터 강현주 박동한 박성희 김국진 씨 등 4명의 연구원과 함께 지역의 대표 언어 사용 양상을 서면 조사했다. 대상은 진주시내 초중고교생과 대학생, 그리고 성인 남녀 등 302명이었다.
‘에나’는 초중고교생 30% 미만이 사용하고 있었다. 여성은 대학생과 성인의 절반 정도가 알고는 있었지만 쓰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히’를 뜻하는 지역어 ‘배끼’는 거의 소멸 직전이었다. 중고교생들은 이 말의 뜻을 몰랐고 대학생이나 성인도 사용 비율이 10% 미만이었다.
‘단단히’ ‘야무지게’를 의미하는 ‘단디’는 모든 연령층에서 40% 이상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대생에 비해 성인 여성들은 이 말을 알고서도 잘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우’ ‘빠듯이’를 뜻하는 ‘보도시’ 역시 소멸 직전이었다. 여성 응답자는 사용자가 한 명도 없었다. 연구팀은 “지역어는 지역 정체성의 핵심이어서 이를 부정하면 지역문화 약화와 정체성 붕괴로 이어진다. 이를 지키고 체계화하며 후세에 전하는 것은 지역민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국어기본법에 따라 진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지역어 보전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어진흥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