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경찰 유착의혹… 前경찰관의 측근, 본보에 밝혀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의 유착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전직 경찰 강모 씨(44)의 측근 A 씨는 25일 본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강 씨와 경찰관 2명을 직접 태운 뒤 강 씨가 각각 200만 원과 30만 원을 경찰에 건넬 당시 차량을 직접 몰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강 씨 지시로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 씨로부터 2000만 원을 건네받아 이를 6개 계좌에 나눠 송금한 인물이자 버닝썬의 경찰 상대 금품 로비 정황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처음 진술한 인물이다.
○ “돈 줄 당시 목소리 녹음돼”
A 씨는 “강 씨가 경찰관 2명에게 ‘너에겐 200(만 원) 주고 너한텐 30(만 원) 주면 되겠지?’라고 말한 음성이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됐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당시 차에 탔던 경찰 2명의 얼굴도 직접 봤다”고 했다. A 씨는 1시간이 넘게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 여러 명의 실명을 언급했지만 돈을 받았다고 한 경찰의 신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A 씨는 버닝썬 대표 이 씨가 자신과의 통화에서 “(당신이) 브로커 역할을 하게 돼 2000만 원을 준거다. 그거 경찰 주라는 건데”라고 말한 내용도 녹음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 씨가 이 씨로부터 2000만 원을 받아 강 씨가 지정한 6개 계좌로 나눠 송금한 내역을 확인했다. A 씨는 경찰이 20일 자신의 사무실로 압수수색을 하러 왔을 때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뒤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통화 녹음파일을 없앴다고 주장했다.
○ “석방된 강 씨 측에 ‘진술 번복해주겠다’ 제안”
A 씨는 강 씨가 체포된 21일 경찰에 자진 출석해 사건의 전말을 90%가량 진술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경찰에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관련자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A 씨는 ‘(이 씨한테서) 2000만 원 받아오라’고 지시한 강 씨의 메시지, ‘(버닝썬이 있는) 르메르디앙 호텔 로비로 오라’는 이 씨의 메시지를 경찰에 제출했다. A 씨는 “메시지 교신 내역에 날짜가 적혀 있지 않아 돈을 준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휴대전화도 (작업을) 다 해놓아 포렌식을 해도 날짜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26일 버닝썬의 공동대표인 또 다른 이모 씨와 영업사장 한모 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에게서 마약류인 엑스터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 hun@donga.com·윤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