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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 치욕 이어 초래된 남북분단 상황 통탄

입력 | 2019-02-27 03:00:00

제헌의원 조국현 69년전 편지 공개 “모두 우리 잘못… 밥도 못먹고 통곡”
3·1운동땐 화순서 만세시위 주도




3·1운동에 참여한 동아일보 기자 출신 제헌 국회의원이 일제강점기의 치욕과 남북 분단 상황을 통탄하는 내용을 담아 쓴 편지(사진)가 69년 만에 공개됐다.

독립운동연구가 심정섭 씨(76)는 전남 화순 3·1운동의 주역이자 제헌 국회의원을 지낸 남리 조국현 선생(1896∼1969)의 편지를 26일 본보에 공개했다. 편지는 조 선생이 1950년 2월 10일 지인에게 보낸 것으로 모두 3장이다. 편지지 왼쪽 아래에는 ‘大韓民國國會’(대한민국국회)라는 붉은색 한자가 찍혀 있다.

조 선생은 편지에서 “헌법 제정 뒤 대한민국이 광복된 것을 유엔 총회에서 승인받았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가 이어졌는데 일제 36년 동안 치욕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 민족이 일제에 이어 좌우 대립으로 국토가 남북으로 갈라졌다. 이런 상황은 우리의 잘못이다. 밥도 먹지 못하고 통곡했다”며 “제헌의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단결하며 민족통일을 원해 왔다”고 썼다.

조 선생은 1919년 3월 15일 고향 화순읍에서 서당 동료, 후배들을 이끌고 인근 개미산에 올라 만세운동을 펼쳤다. 이후 화순 곳곳으로 3·1운동이 퍼졌다. 그는 일본 헌병을 피해 서울로 가 중동학교에서 신학문을 배웠다. 또 동아일보와 잡지 개벽 기자로 일했다. 조 선생은 광복 후에는 성균관 부관장 등을 지내며 친일파 청산을 위해 노력했다. 제헌 국회의원이자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그는 국민의 교육 기본권과 근로자 권리 등이 헌법에 실리도록 노력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