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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몇 명 보냈어요” 충북 ‘명문고 설립’ 놓고 진학률 조사 갈등 2라운드

입력 | 2019-02-27 11:42:00

청주 일반고 대상 SKY대 진학률 조사 말썽…후폭풍 거세
교육청 “시대착오적” vs 도 “지역 인재 역외유출 막으려면”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고교 무상급식과 자율형 사립고 설립 등 각종 현안마다 뜻을 모으지 못한 채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왼쪽)와 김병우 충북교육감.2018.11.28/뉴스1© News1 DB


충북도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지역 명문고 설립과 관련해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와 충북교육청, 양 기관의 수장인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갈등은 충북도가 지난 21일 청주 시내 일반고에 전화를 걸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특정 대학 진학률 현황을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일부 학교는 진학 자료를 알려줬지만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학교들은 충북도의 월권행위라며 반발했다.

도교육청은 일선 고교의 대학 진학률 비공개는 국가 인권위 권고사항이라며 도에 항의했다.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는 27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는 일반고의 학력을 저하시키고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며 교육기회 불평등과 교육 양극화를 조장하며 학부모 여론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시종 지사는 자사고 설립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이 지사의 최근 행보 어디에서도 교육의 공공성이나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찾아 보기 어렵다”며 “(이는) 달라진 입시제도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는 자사고 설립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미래인재육성 TF는 모든 유형의 고교 신설을 계획에서 배제하며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주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도 25일 성명을 내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도 없는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권한남용이며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어 “수장(이시종 지사)은 자사고 설립에 대한 욕망으로 연일 언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은 주객이 전도된 처사이며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병우 교육감도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대 입학자 수로 교육성과를 재어 보겠다는 것 자체가, 비교육적 호기심”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육감은 “통계에도 ‘악마의 통계’가 있다. 이런 ‘통계의 왜곡’이 특히 나도는 곳이 ‘미성숙된 정치판’”이라고 쏘아붙였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충북도는 한 발 물러섰다.

도 관계자는 “(일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조사를 중단했다”며 “도 교육청과 미래인재 육성 방안을 협의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 양측의 입장차가 커 사태 수습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도와 도교육청이 지난해 협의한 ‘지역 미래인재 육성 태스크포스’(TF)는 일찌감치 ‘동상이몽 협의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도는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도 교육청은 인재육성의 대안으로 미래형 학교모델 창출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향점이 다르다보니 합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지역의 중론이다.

한 도의원은 “소위 명문대 합격률을 높이려는 이 지사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그 방법이 명문고 신설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쉽게 풀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교조 관계자도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고 자사고 설립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이시종 지사의 인재상과 교육관은 여전히 학력고사시대에 머물러 있으며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직 교사도 “이 지사가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며 “TF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평소 지론인 명문고 설립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을 만나 자사고 설립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 지사는 평소 “충북에 명문고(자사고·국제고·영재고)가 없어 우수 학생이 다른 시도로 빠져나간다”면서 “오송, 혁신도시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지역 정착을 꺼리는 건 교육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해 왔다.

도에 따르면 2018학년도 충북 수험생의 수능 1·2등급 비율은 17개 시도 중 하위권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바이오메카로 부상한 오송연구단지와 충북혁신도시 입주 기관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자녀 교육문제 때문”이라며 “충북 발전을 위해서는 명문고 유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충북 청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