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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로 발돋움

입력 | 2019-02-28 03:00:00

일자리 제공 등 복지 인프라 확충, 재활센터서 탁구-요가교실 등 열어
市 “미래 선진 도시로 도약하는 길”




27일 대구 남구 이천동 장애인재활센터에서 장애인과 65세 이상 어르신이 탁구를 치고 있다. 대구 남구 제공

대구 남구에 사는 정인수(가명) 씨는 1급 뇌병변 장애인이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휠체어가 없으면 바깥 나들이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종일 집에 있는 것이 일상이던 정 씨는 요즘 오전 산책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고산골 공룡공원과 자락길 같은 앞산 팔경(八景)을 하나씩 둘러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남구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는 덕분이다. 거의 매일 활동지원사가 찾아와 그의 휠체어를 밀어준다.

정 씨는 최근 남구 주최 장애인 활동지원 이용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앞산 탐방의 행복을 알게 됐다는 즐거움을 솔직하게 표현해 심사위원들의 공감을 모았다. 정 씨는 27일 “남구는 도시철도를 비롯한 교통이 다른 지역보다 좋아 이동하기가 편리하다. 앞으로 남구의 숨은 관광 명소를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구가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와 인프라 확충이 미래 선진 도시로 도약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남구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비롯해 발달 및 지적 장애인 자립, 재가복지 봉사 등 자체 사업을 추진해 다른 기초단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구 주민 약 15만 명 가운데 장애인은 9290여 명(6.1%). 이들은 자신의 장애 정도에 맞는 지원 혜택을 얻는다. 집에서 의료와 이·미용, 생필품 및 밑반찬 제공, 청소 등의 서비스를 받는 재가복지 봉사 사업은 지난해 대상자 33명이 모두 만족스러워할 정도로 성공적이다.

민간 협력도 활발하다. 지난해부터 대구시장애인부모회와 같이 하는 발달장애인 자립사업이 대표적이다. 생애주기별 지원을 확대하고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이 사업을 통해 최근 행정 보조 업무를 하게 된 남지원(가명) 씨는 “직업을 가져 참 행복하다. 사람답게 살고 존중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와 함께 하는 중증 장애인 보장구 수리사업도 호응이 있다. 가령 타고 있던 전동 휠체어의 배터리가 닳거나 부속품이 고장 나 멈췄을 때 전화하면 해당 업체 직원이 바로 현장에 출동하는 식이다. 2016년 실시한 이 사업으로 최근까지 118명이 도움을 받았다.

2014년 남구 이천동에 지상 2층, 연면적 약 660m² 규모로 세운 장애인재활센터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 재활뿐 아니라 65세 이상 비장애인들과 교류하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매주 무료로 여는 요가 탁구 노래교실, 재활운동, 스마트폰 활용법 강의는 인기다.

남구는 장애인 서비스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음 달 보건복지부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선도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모델 사업 공모에 신청한다. 남구는 ‘우리 힘으로, 우리 자원으로, 우리 책임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최적의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자문하고 있다. 의료 및 장애인 복지단체 등과 민관 실무협의체도 구성했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장애인을 돌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사는 도시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지금까지 장애인 지원 사업은 복지시설 운영이 최선이었지만 이제는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남구가 장애인 돌봄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민관의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