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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속사업으로 여성 독립유공자 재조명해야”

입력 | 2019-02-28 03:00:00

도시 지역 중심으로 실태조사 국한, 판결문-구한말 女의병 등 조사해야
전체 독립유공자 중 여성 2.4% 차지… ‘수형 3개월 이상’ 기준 선정에 걸림돌




1919년 광주 3·1만세운동으로 투옥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수피아여학교 학생들. 원 안 인물이 경주 출신으로 26일 대통령 표창을 받은 양태원 여사다. 광주 수피아여고 제공

1919년 광주 3·1만세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른 양태원 여사(1904∼?)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26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양 여사는 경북 경주시 내남면 덕천리 출신이다. 1919년 3월 10일 오후 광주교 아래 큰 장터에서 숭일학교, 수피아여학교, 광주농업학교 학생과 교사, 주민 등 1000여 명이 모여 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 일로 103명이 구속돼 최대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당시 광주 수피아여학교에 다니던 양 여사도 만세운동에 가담했다가 체포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양 여사는 정재상 경남독립운동연구소장이 2009년 국가기록원에서 기록을 발굴해 100년 만에 서훈을 받게 됐다. 재야 사학자인 정 소장은 그동안 광주 3·1만세운동 관련자의 판결문과 수형 기록 등을 찾아내 올해까지 20명이 유공자로 인정받도록 도왔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항일운동사에서 빛을 보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광주전남지회는 26일 광주시의회에서 ‘광주전남 항일독립운동 속의 여성들’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경순 전남대 명예교수는 심포지엄에서 “국가 지속 사업으로 여성 독립유공자 발굴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광주전남 여성 독립운동가의 실태 조사는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3·1만세운동과 11·3학생독립운동에 국한됐을 뿐 전체적으로 시도된 적이 없다”며 “남성 독립유공자 제적원부를 역추적해 여성 인명을 발굴하고 일제강점기 판결문, 범죄인 명부, 수형 기록 전수조사와 함께 구한말 여성 의병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남지회는 최근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이 부각되고 있지만 독립유공자로 선정되는 비율은 크게 낮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체 독립유공자 1만5180명 중 여성은 357명으로 2.4%에 불과하다. 광주전남 출신 독립유공자 1107명 가운데 여성은 41명(3.7%)으로 집계됐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유공자 선정 비율이 낮은 것은 자료 부족과 기준 미달, 행적 미상 등으로 다수가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가보훈처의 서훈 기준이 수형 3개월 이상이고 독립유공자 선정이 수형생활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여성 독립운동가 대부분은 학생 신분으로 수형생활을 하지 않았거나 했더라도 3개월 미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사 정리가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여성 주체들이 잊히거나 배제된 것도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묻힌 배경이다.

명진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광주전남지회장은 “투옥 기록이 남아 있어 서훈 대상이 되는 여학생뿐 아니라 민중여성들의 독립운동 참여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개인의 삶에 연연하지 않고 헌신했던 무명의 지사들이 후대에 길이길이 드높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정 광주시의회 의원은 “3·1운동 관련 문화유산 발굴과 보존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조례 제정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며 “시의회에서 전담팀을 구성해 3·1운동 관련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광주전남지회는 3월 5일까지 광주시청 1층 시민홀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화 131점을 선보이는 ‘오늘 그들 여기에’전을 연다. 전시회에서는 광주전남 출신은 물론이고 영화 ‘암살’의 실제 주인공 남자현,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최용신 등을 만날 수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