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산맥 두산-한화공장 르포 사용자 지시따라 반복적인 일 도와… 손 부분 장치 갈아끼워 다양한 작업 2025년 시장규모 10조원 예상 “제조현장 생산성-수익성 개선, 호텔 룸서비스-요양 역할도 기대”
공작기계 제작 업체 ‘다인정공’ 직원이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의 도움을 받아 작업을 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안정성과 다양한 로봇 기능을 바탕으로 양산 1년여 만에 유럽과 아시아 등에 판매망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두산로보틱스 제공
협동로봇은 공장 자동화와는 성격이 다르다. 공장 자동화가 아예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다면 협동로봇은 사람과 함께 일하기 위해 설치되는 장치다. 또 바퀴를 달아 이동도 할 수 있어 공장 어느 곳에든 배치가 쉽다. 이 때문에 산업현장에서는 협동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를 보완할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조 부장은 “구인난을 겪는 중소업체나 주 52시간 근무로 생산성 감소를 걱정하는 제조 현장에서 협동로봇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 2025년 92억 달러 시장, 한화와 두산이 이끈다
20일 경기 성남시 한화테크윈 판교R&D센터에서 한화정밀기계 직원들이 협동로봇을 터치 패드 기반의 프로그램으로 조종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는 협동로봇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해 다양한 위치에 놓인 서로 다른 물건들을 충돌이나 오작동 없이 집어낼 수 있도록 제작했다. 성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해 12월 한화정밀기계는 지능형 로봇 제조업체인 유진로봇과 공장 자동화 관련 모바일 협동로봇 개발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상생 협약을 맺은 첫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협동로봇 시장이 커지면서 협력사가 늘어나고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도 생기면서 협동로봇 분야의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협동로봇 시장은 2000년대부터 유럽 기업들이 상용화를 시작했지만 최근에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요에 맞춰 공급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다. 공정을 재빨리 변화시키거나 생산 품목을 유연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산업계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협동로봇에 눈을 돌린 것이다. 글로벌 업계에서는 2015년 약 1억 달러(약 1100억 원) 규모였던 협동로봇 시장이 2022년에는 약 33억 달러(약 3조6000억 원), 2025년에는 약 92억 달러(약 10조3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앱 터치만으로 협동로봇 조종
이날 기자가 직접 조종해본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은 첨단 기술의 집약체였다. 두산은 ‘토크 센서’라 불리는 감지 장치를 달아 로봇이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도록 했다. 함께 작업을 할 때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협동로봇은 사람으로 치면 손목부터 어깨까지의 기능을 한다. 사용자들은 손의 기능을 하는 각종 장치를 필요에 따라 갈아 끼우며 작업한다.
작동법도 쉬웠다. 처음 조종해본 기자가 책상 오른쪽에 있는 물건을 집어 왼쪽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도해봤다. 태블릿PC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몇 번 눌렀더니 로봇이 움직여서 물건을 잡고 내려놓았다.
한화정밀기계도 비전문가라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아이콘 기반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부터 협동로봇을 본격적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라종성 한화정밀기계 로봇사업부장(상무)은 “식당 서빙과 호텔 룸서비스, 실버타운의 요양 역할 등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조 현장의 생산성, 수익성 개선은 물론이고 사람이 더 편하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변종국 bjk@donga.com / 성남=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