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논설위원
승용차 카풀은 반드시 해야 할 문제다. 택시 기사가 담배 냄새 없애고, 라디오 볼륨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건 택시 업주도, 기사도, 정부도 다 안다. 특히 기사들이 벼랑 끝까지 몰려 있다. 카풀 도입에 항의하며 벌써 기사 3명이 스스로의 몸에 불을 질렀다.
정부와 여당은 사회적 대타협을 하자고 한다. 이름만 고상한 변명용 절차다. 카풀 도입은 택시 기사 본인과 가족의 생계가 걸린 문제다. 결사 항전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소비자 대표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무슨 권한으로 우리가 좀 편해야겠으니 당신들이 양보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애당초 신·구 사업자, 택시 기사, 이용자들로는 타협이 이뤄질 수 없는 사안이고 논의 구조다. 당사자끼리 도저히 풀기 어려운 이런 걸 해결하라고 정부가 있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있는 것이다.
승용차 카풀을 도입하면 이용자들이 혜택을 본다. 서울 경기에만 2200만 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다. 세계에서 카풀 사업 하기 이보다 좋은 여건도 별로 없다. 규제를 풀면 피해자가 생기고 수익자도 생긴다. 카풀로 돈 벌 기회를 얻은 사업자는 세금 말고도 기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용자도 수익자 가운데 하나다.
그 전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택시는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아니라서 정부가 직접 재원을 투입할 수 없도록 돼 있어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 발상부터 고쳐야 한다. 직원이 1만 명 남짓한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에 10조 원이 넘는 정부 국책은행의 자금이 들어갔다. 직원 1만3000명인 한국GM을 10년간 한국에 붙잡아 두는 조건으로 국책은행이 81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직접 고용 인력이 1000여 명 남짓한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 국책은행의 지원금 40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지역개발사업에 투입하는 돈이 24조 원이다.
1980년대 정부가 석탄 광산을 정리한 사례도 있다. 석탄산업합리화라는 이름하에 광산을 매입하고 광부들에게 생활지원금, 학자금까지 지급했다. 대우조선해양 한국GM도 어차피 민간기업이고 광산들도 대부분 민간 소유였다. 택시산업이 이들보다 공공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공유경제의 대가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의 카풀제 도입 시도와 택시업계의 반발과 관련해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정부가 기존 시스템에 속한 사람이 계속 일을 해서 돈을 벌게 할 뿐 아니라 일정 부분 재정적 보상도 해줘야 한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세상 이치는 다 마찬가지다.
카풀제에서 지금처럼 사회적 대타협만 기다리는 것은 연탄산업을 그대로 가져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위만 외치고 행동은 없는 정부가 아니라 욕먹을 각오로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는 정부가 보고 싶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