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대여 투쟁 강화시 식물국회 일상화 우려 황교안, 확장성 부재에 차기 총선 반사이익 기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7일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여권에서 동시에 흘러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우경화’ 양상을 보인 한국당이 황 신임대표를 필두로 대여 투쟁을 강화할 경우 현안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선거제도 개편,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산적한 현안 해결이 요원해 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 전 총리를 비롯한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 상당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에 우호적인 당 안팎의 표심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특히 황 전 총리는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탄핵 수용 담화문 발표했지만 2년 만에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단상을 내려가는 순간부터 문재인 정부 폭정에 맞서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 압승과 2022년 정권교체를 위해 승리의 대장정을 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지막 정견 발표에서는 “이 정권의 신적폐를 더 이상 놓아둘 수 없다”며 “당대표가 되면 신적폐 저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이 정권의 국정농단을 뿌리 뽑겠다”고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과 공조라는 우회로를 타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거법 개정과 사법개혁 등 현안 입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일괄 지정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에 야3당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선거법은 제외되고 민주당이 원하는 입법만 이뤄질 수 있다는 불신이 야3당에서 흘러나온다.
야3당 핵심 관계자는 뉴시스에 “민주당이 의지만 있다면 선거법 개정이 가능하다”며 “민주당이 다른 현안을 선거법에 연계해 처리할 것을 주장하면서 진의를 믿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내에서 황 전 총리가 당선된 이후 차기 총선에서의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총리라는 상징성을 가진 황 대표가 이끄는 한국당에 탄핵 과정에서 민주당으로 이탈한 중도보수층이 다시 합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중도보수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부대’만 남게 되면 한국당의 차기 총선 판세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당대표 선거에서 2등에 머물렀지만, 중도보수층에 확장성을 가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목소리가 커져 당내 이견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야당발 정계개편이 정국 운영 과정에서 민주당에게 반사이익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도보수 성향인 바른미래당에서는 황 전 총리의 당대표 취임 이후 이탈할 비박계와 제3지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