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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보다 못한 국민연금 수익률…작년 국내 주식 수익률 -17%

입력 | 2019-02-28 14:31:00

작년 수익률 -0.92%…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마이너스
“기본적인 목표도 달성 못한 낙제점” vs “장기로 봐야 일희일비 해선 안돼”



(국민연금공단 제공)© 뉴스1


국민의 노후자금 638조8000억원(지난해 12월 말 기준)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 수익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0.18%) 이후 10년만에 마이너스(-0.92%)를 기록한 것에 대해 정기예금 이자에도 못미치는 낙제점이라는 혹평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국내 주식 수익률이 -17%에 육박하면서 노후자금을 국민연금에 맡기는 게 맞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제기된다.

2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금 수익률이 -0.92%를 기록한 가운데 자산별 수익률은 국내주식 -16.77%, 해외주식 -6.19%, 국내채권 4.85%, 해외채권 4.21%, 대체투자 11.80%(국내 8.05%·해외 13.68%)였다.

국민연금 규모인 638조8000억원에 지난해 수익률 -0.92%를 단순 대입하면 5조9000억원의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계산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초부터 지속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약세가 주된 영향을 미쳤다고 해명했다.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 경기둔화 우려, 미국 연방정부의 셧댜운 이슈 등으로 큰 폭으로 하락한 10월·12월 국내외 증시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주식에서 -16.77%의 수익률을 보인 것은 ‘낙제점’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17.28% 하락하기는 했지만 ‘해도 너무 하다’는 비판이다.

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도 “정기예금 금리보다 못한 것 아닌가. 국민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라며 “최고의 전문가를 모셔서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고 자성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저조한 성적표 뒤에는 불안했던 시장 상황 뿐만 아니라 잇단 인력 유출 등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등 정치적 논란 요인 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의 시도가 좋은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국민연금이 지금 신경써야 할 것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연금의 적정 수익률, 안정성, 이를 통한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연금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제도개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연금 고갈시점도 늦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은 “무엇보다도 수익률에 집중해야 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등 주변적인 일에 신경 쓰지말고 수익률에 집중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8년 기금 설치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24%다. 누적 수익금은 총 294조1000억원 상당을 기록했으며, 최근 3년 평균 3.48%, 최근 5년 평균 3.97%의 수익률을 거뒀다.

반면 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은 “국민연금 같은 거대 기금은 거시경제지표와 연동된다. 주식시장의 종합적인 변동성에 수렴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산이 깊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1년 단위로 수익률을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적어도 10년 이상의 수익률을 갖고 추세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타거래에서 수수료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해 수익률에 영향을 미쳤는지, 불필요한 기회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는지 않는지 등을 앞으로 중점적으로 보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연기금의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뜻도 내비쳤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주요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 -7.7%(48%),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 -3.5%(48%),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2.3%(33%) 등의 수익률을 보였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8.4%(32%)였다.

국민연금은 “2019년에 들어 국내외 증시의 회복세로 인해 기금 수익률도 나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장기투자자로서 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및 대체투자 확대 등의 투자다변화를 지속 추진하고, 기금운용 조직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균형있게 추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