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의 글씨는 곧은 직선 위주이고 모서리에 각이 많이 졌다. 이를 보면 의지가 강하고 꾸밈이 없는 성향이었다. ‘事’(사), ‘也’(야) 등에서 보듯이 작은 글씨에서도 마지막 부분을 길게 늘어뜨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세가 강하고 각오가 있는 사람의 특징이다. 매우 좁은 글자 간격이나 글자의 구성 부분 사이 간격을 보면 스스로 판단하고 자존심이 강한 것을 알 수 있다. 눌러쓴 글씨에서 강한 필압을 느낄 수 있고 네모반듯한 형태에서 곧이곧대로 행동했음을 알 수 있다.
선생은 사회운동가들의 전형적인 필체와는 좀 다르다. 세로가 짧고 ‘同’(동) 등에서 밑부분이 윗부분보다 넓어서 용기가 있는 편이 아니고 안정 지향적이다. 넓은 행 간격을 유지하고 모서리각이 가파르지 않은 것을 보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하고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를 보면 치밀하고 신중하며 현실감각이 있고 근신하며 겸손했을 것으로 보인다. 첫 글자가 작아서 과시욕도 작다. 선생은 타고난 저항정신 때문이라기보다는 불의에 저항하기 위해 투쟁했을 것이다.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치다가 십수 년 동안 복역하고도 이승만 저격 사건으로 건국훈장을 받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선생을 겨레의 마음에 담아 두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