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개학 연기 선언에 초비상
한유총과 교육부의 갈등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일부 유치원 원장이 유치원 공금으로 명품백을 구입하는 등의 비리가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한유총은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전체 사립유치원으로 일반화하려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사립유치원을 향한 여론이 악화하자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 의무 적용 등을 골자로 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 도입을 추진했다.
김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책홍보국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유총 회의실에서 열린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한 한유총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4일로 예정된 유치원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한유총은 또 정부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교사 인건비를 전액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사립 초중고교는 정부가 교사 인건비 전액을 지급한다. 사립유치원은 약 60만 원에 이르는 교사 처우개선비만 지원받는다. 한유총은 ‘유치원도 학교라면 사립 초중고교와 마찬가지로 대우해 달라’고 말한다. 교육당국은 ‘초중학교와 달리 유치원은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어서 사립유치원에 인건비 전액을 지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유총과 교육당국이 ‘강(强)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다. ‘직장맘’들은 갑자기 휴가를 써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경기 용인시에서 만 5세 아들을 기르고 있는 곽모 씨(41·여)는 “아이가 유치원 가는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휴원한다고 하면 아이돌보미를 금방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한유총이 개학을 연기하는 것은 아이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이기적인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5일 한유총을 공정거래법·유아교육법,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교육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고 한유총을 너무 몰아세웠다”고 지적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로 돌봄 공백이 생기면 관계 부처와 협의해 긴급 돌봄체계를 발동할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임시 돌봄 공간과 교사를 마련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임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