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핵담판 결렬]김-박 문책땐 北실패 자인하는셈 협상 실무자 처벌 가능성 낮아… 제재 완화 못해 주민 불만 우려 어떻게든 책임질 사람 찾을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려 68시간을 열차와 차량으로 달려 찾아온 하노이 담판장에서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대미 라인이 어떻게 될지도 관심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뉴 페이스’가 등장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협상 결렬이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 대신 김혁철을 실무협상 대표로 교체하며 ‘하노이 빅딜’에 공을 들였다. 유엔 북한대표부 참사 출신으로 ‘미국통’으로 알려진 박철까지 협상 라인에 추가했다. 군부 출신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보좌해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고 했던 것. 한 대북 전문가는 “누적된 제재 효과로 올해 경제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부 제재 완화도 이끌어내지 못한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책임을 질 사람을 찾지 않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김혁철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평양, 하노이에서 의제를 상당 부분 좁혔고, 결국 최종 선택은 양 정상이 한 만큼 북한 외교라인이 책임을 질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에 합의서는 작성했지만 미측에서 서명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결렬된 것”이라면서 “김정은이 실무자들을 처벌하면 이번 협상 실패를 북측으로 돌리는 것이어서 처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하노이행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북한 매체들이 1일부터 관련 보도를 어떻게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베트남 일정을 계속 하기로 한 것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이 계속 협상을 하기로 한 것을 강조하면서 베트남과의 우호 친선 일정을 대대적으로 보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손효주 기자